[프로농구] 서른 여섯 ‘민의 전쟁’ 오늘 점프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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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프로농구 코트의 두 노장이 같은 꿈을 향해 마주보고 달려온다. 36세 동갑 이상민(삼성)과 양경민(동부). ‘챔피언’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부여하는 의미는 다르다. 두 노장의 심장이 고동칠 챔프전(7전4선승제) 1차전은 17일 원주에서 열린다.

◇상민의 꿈…“챔프 반지”=이상민은 지난해 팀을 옮겼다. 10년간 입었던 군청색 KCC 유니폼 대신 푸른색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첫해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그는 “쉽게 오지 않는 기회”라며 “오자마자 이런 기회를 준 후배들에게 감사한다. 여한없이 뛰고 이기겠다”고 말했다. 이미 챔프 반지 3개를 갖고 있는 그에게 이번 챔프전의 의미는 각별하다. 벌써 36세. 은퇴 전 마지막으로 챔프 반지를 낄 기회일지 모른다. 그 전과 달리 조바심도 생겼다. 그는 “이번에 우승하면 언제든 후회없이 유니폼을 벗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만큼 이번 챔프전은 농구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현역 선수 중 세 차례 정상에 선 것은 그와 표명일(동부)·추승균(KCC)뿐이다. 이번에 챔피언이 되면, 한 명뿐인 프로농구 최다우승 선수가 된다.

◇경민의 꿈…“명예회복”=화려한 농구 인생의 황혼을 준비하는 이상민과 달리 양경민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이번 시즌을 보냈다. 양경민은 동부의 전신인 TG삼보 시절 두 차례 우승 주역이다. 슈팅과 수비력을 겸비한 그는 전창진 동부 감독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그랬던 그는 2005~2006시즌 이후 2년간 어둠의 터널 속에서 가슴을 쳤다. 선수는 참가할 수 없는 스포츠복표(토토)를 해 물의를 일으켰다. 두 차례의 다리 부상도 그의 복귀를 지연시켰다. 올 시즌 초 전 감독은 “양경민을 복귀시키는 게 올 시즌 내 숙제”라고 말했다.

정규리그에서는 전 감독의 기대에 미흡했지만, 11일 KT&G와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3점슛 세 방으로 부활의 전주곡을 울렸다. 양경민은 “명예회복의 마지막 기회”라며 “코트에 돌아오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했던 만큼 팀 우승에 모든 힘을 보탤 것”이라고 다짐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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