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리벳이 타이타닉호 침몰시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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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세기 초 영국의 초호화 유람선이던 타이타닉호가 순식간에 침몰한 결정적인 원인은 불량 리벳(철판을 서로 연결하는 데 쓰이는 대형 못)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충주의’가 대형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터키식 사우나와 스쿼시 경기장, 수영장 등 온갖 시설을 갖춘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은 안전에도 엄청난 투자를 해 ‘침몰할 수 없는 배’란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1912년 4월 14일 처녀 항해에 나선 지 닷새 만에 북대서양에서 빙하와 부딪쳐 2시간30분 만에 침몰해 150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 고는 숱한 이야기를 남기면서 여러 차례 영화로 제작돼 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1985년 이 배의 잔해가 발견된 뒤 과학자들은 침몰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 왔다. 일반적인 추측과는 달리 선체에는 빙하와의 충돌로 인해 생겼을 법한 큰 구멍이 없었고, 뱃머리 철판 6곳에서 얇은 틈만 발견됐다.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원의 티머시 포엑 박사와 존스홉킨스대 제니퍼 후퍼 매카티 박사는 최근 펴낸 책자 『무엇이 타이타닉호를 침몰시켰는가』에서 불량 리벳이 타이타닉을 급속도로 침몰시킨 주범으로 확인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5일 보도했다.

두 사람은 타이타닉의 잔해에서 찾은 리벳 48개를 당시 만들어진 다른 리벳과 비교했다. 그 결과 타이타닉의 리벳들이 동시대 것들보다 슬래그(철의 강도를 약하게 만드는 찌꺼기) 성분을 3배 이상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슬래그가 많은 리벳은 부서지거나 부러지기 쉽다.

타이타닉을 건조했던 북아일랜드 벨페스트의 할랜드&울프사의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당시 타이타닉 등 초대형 여객선 3척을 동시에 건조하느라 심각한 리벳 부족난에 시달렸다. 그래서 조선소는 평소 쓰던 최고급 철강재 대신 한 등급 아래 철강재로 리벳을 만들었다. 또 리벳 제조 기술자가 부족해 숙련공 대신 기술이 떨어지는 리벳공들을 고용했다.

당시는 선박용 리벳의 소재가 일반 철에서 훨씬 탄탄한 강철로 한창 바뀌는 때였다. 그러나 조선소는 리벳난으로 인해 하중이 많이 걸리는 선체 중앙에만 강철 리벳을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에는 일반철 리벳을 썼다. 조선소를 감독하는 영국 상무부는 1901년부터 선박용 철에 대한 시험 검사를 중단했기 때문에 이 사실이 적발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타이타닉 선체에 틈이 생긴 6곳은 철 리벳과 강철 리벳의 경계선이었다. 두 사람은 “이 경계선의 리벳들이 부서지면서 배에 생긴 틈으로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고 결론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리벳이 쓰였더라면 타이타닉호의 침몰 시간을 늦춰 생존자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지영 기자

참사 부른 불량 부품

타이타닉호 잔해에서 찾아낸 48개의 리벳 중 하나를 세로로 자른 단면도.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원과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리벳의 강도를 약하게 하는 슬래그 성분 함유율이 동시대에 만든 다른 리벳보다 세 배나 높았다. 유리처럼 번쩍거리는 물질이 슬래그로, 철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를 일컫는다. 위 사진은 영화 ‘타이타닉’에서 여객선이 침몰하는 장면이다.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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