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實體 배제안해 의혹여전-비자금 4천억원 정말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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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직 대통령 비자금 4천억원 가.차명계좌설에 대한 검찰 조사가「사실무근」쪽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러나 돈의 실체에 대해선 검찰 역시 섣부른 예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태다.소환된 참고인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어떤 형태든 실명화되지 않은 거액의 자금이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국내 모든 시중은행을 상대로 이창수(李昌洙)명의의 계좌추적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검찰이 돈의 실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사채시장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이 사건 관계자 11명이 돈의 실체가 없다면 굳이 서석재(徐錫宰)前장관에게까지 접근할 이유가없고 실명화를 미끼로 커미션이 목적인 이들의 일 련의 부탁.알선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돈의 성격을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자금과 연계,실명화 작업에 徐前장관과 같은 실세를 끌어들이려 했다는 점에서 약간의 사기성은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돈이 있을 경우 그 실체는 무엇일까.
검찰은 일단▲정치인의 정치자금▲카지노 자금▲슬롯머신 자금▲사채업자 자금등 네가지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하며 이중 사채업자나슬롯머신 업자 자금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하고 있다.
우선 정치자금이라면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관여할리 없다는게수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정치자금에 대한 내사를 해보면 정치인은 대개의 경우 자금을 비서 또는 친인척등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맡기는 속성이 있고 브로커를 동원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브로커를 동원하면 외부 발설 가능성이 너무 크고 그렇게 되면자신의 정치생명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카지노자금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찰은 부정적 입장이다.이는 카지노 업계의 자금은 통상 법인명의로 이동한다는 93년의 카지노수사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자금규모가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여서 개인 이름의 계좌 대신 여러개의 유령회사를 만들어 돈의 입.출금을 회사 경영자금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슬롯머신과 관련됐다면 이 업계 대부격인 정덕진(鄭德珍).덕일(德日)씨 형제등의 자금 여부가 관심거리다.그러나 여기에도 의문은 남는다.鄭씨 형제는 93년 검찰수사를 통해 수백개의 가명계좌가 모두 노출됐고 이후 가.차명계좌를 거의 사 용하지 않은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鄭씨 형제등이 93년 수사 당시 밝혀지지 않은 자금중 일부를 실명제에 대처하지 못하고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사채업자 자금 가능성에 대해 가장 무게를 두고있다. 일반적으로 사채업자는 은행원과 짜고 고객의 이름을 도용,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관리하는 사례가 많았다.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도 수법이 비슷하다.
이창수씨가 자신의 계좌가 있다는 사실을 제3자를 통해 들었다고 주장하고 수배중인 이재도(李載道)씨가 J은행 압구정동지점 대리였다는 사실도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崔熒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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