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김일중박사의 "규제와 재산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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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통적으로 경제학자들은 법.정치현상.제도등을 경제학의 적절한연구영역으로 간주하지 않았다.그러나 최근 이들 영역에까지 경제학적 접근방식이 확산되면서 주목할만한 연구성과들이 계속 쌓이고있다.또 국내학계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김일중(金一仲)박사의 『규제와 재산권』은 이 분야의 최근 이론들과 연구성과에 대한 소개서다.
이 책은 자유주의적 입장에 서 있는 미국의 학파들에만 한정하여,또 버지니아학파의 시각을 견지한 채 각종 이론들을 서술하고있다는 점에서 자기목소리와 개성이 강한 소개서다.따라서 고급의,매우 세련된 소개서다 그러나 대표적 자유주의 경제사상인 하이에크등의 오스트리아학파와 독일의 질서자유주의자들(Ordo-liberals)이 서술의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있는 것은,이들의 주장이 필자의 입장과 주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이라는점을 고 려한다면 다소 아쉽다.
책의 구성은 크게 재산권이론.정치시장.관료제.법경제학의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지은이의 생각은 대체로 뷰 캐넌의 헌정주의를 따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제안의 구체적 내뇬의 타당함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지적돼야 할 사항은 논리전개방식의 잘못이다.
이책에서 논의된 모든 이론은 전적으로 미국의 역사적.사회적 경헌에서 형성된 것이다.얼른 보더라도 미국은 우리와는 달리 삼권분립이 엄격하고,이익집단의 로비활동이 정치적전통으로 확립돼 있으며 사법부의 중립성이 보장되고 있는 사회인 것이다. 간단히말해 한국사회는 미국사회와는 다른 사회인 것이다. 그렇기때문에미국에만 고유한 정치사회구조에서 나온 이론적 결론을 마치 보편적 명제인양 그대로 한국사회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전형적인리카도적 폐해인 것이다.더구나 지은이는 사회주의적 실패를 근거로 자유주의적 시장을 유일한 대안적 질서로 간주하고 있으니 이는 이분적인 사고의 오류일 뿐이다. 다소 거칠고 느슨한 마지막장이 그 앞장에서의 치밀한 논의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앞으로 있을 이 책의 제2판에서는 충분히 고려됐으면 한다.
金 均(고려대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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