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산다>뮤지컬배우 박성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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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뮤지컬을 하지 않았다면 인생의 고통을 이겨낼 수 없었을 겁니다.』 숱한 인생의 역경을 노래와 춤,그리고 연기로 극복해낸박성찬(34)씨.지금은 분당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서울시립가무단의 최고참 단원으로 뮤지컬은 물론 TV드라마에까지 진출,탄탄한 자리를 구축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세파를 뚫고그 자리에 섰음을 알 수 있다.
전북군산중.문일고.추계예대 성악과를 거쳐 88년 서울시립가무단에 입단한 경력을 보면 평범하다.하지만 80년 입학한 대학을9년만인 88년 졸업한 데는 말못할 사연이 있다.4형제의 맏이로 어려서 부모와 생이별을 한 그는 동생들을 공부시키고 자신의학비를 버느라 휴학과 복학을 반복한 것이다.아파트 건설현장에서막일을 하면서 그곳에서 오랫동안 숙식하는 바람에 먼지를 너무 마셔 성대가 상하기도 했다.
『괴롭고 슬플 때 노래는 내게 큰 힘이 됐죠.중.고교때 각종콩쿠르에서 입상했지만 레슨비가 없어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습니다.늦깎이로 시작했지만 열심히 해서 아직 체계가 없는 우리나라 뮤지컬의 체계를 잡는데 한몫할 각오입니다.』시립가무단에서 연습벌레로 통하는 그는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쑥쑥 커가는 후배들을 볼 때 더욱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밤늦게까지 연습에 여념이 없다.얼마전 첫아들을 백혈병으로 잃은 슬픔 속에서도 무대를 지킨 것은 오직 뮤지 컬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항상 최선을 다하자.성실하며 진실하자」는 좌우명으로 생활한다.지난해 KBS드라마게임 『여름지나 겨울』『자살여행』에서 주연으로 열연,호평을 받았다.일요일에는 교회 성가대지휘자로 봉사,자신의 능력을 1백2 0% 발휘하는 만능 탤런트다. 글=李順男기자.사진=吳宗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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