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 비자금 파문 금융계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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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금융계가 비자금(비資金)증후군으로 술렁대고 있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거액 예금이 이탈할 것으로 우려되는데다 조사가 진전될수록 은행권에 대한 실명제 이행 실태에 대한 점검과 함께 적발된 내용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기때문이다.
은행권은 특히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실체가 일부라도 밝혀질 경우 이 자금을 관리한 직원은 물론 해당 은행장과 임원까지 처벌을 받게 되는등 금융계가 또다시 사정(司正) 바람에 휩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1,2금융권과 사채시장 쪽에는 일부 그전과 다른자금의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는 가운데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한곳에 오랫동안 자금을 넣어두지 않으려 드는 자금 운용의 단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자금 불똥을 피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에도 대비하자는 생각에서다. 그동안 인기를 끌었던 양도성예금증서(CD)를 찾는 고객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CD는 3단계 금리자유화로 지난달 24일부터 장당 발행 한도가 3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낮아져 개인의 구입이 쉬워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모은행 관계자는『검찰에서 본격적인 계좌 조사를 하게 되면 거액 예금이 빠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개발신탁 잔고는 4일 현재 34조4천49억원으로 7월말보다 54억원이 줄었다.
투금업계나 신용금고업계에서도 기업어음(CP).어음관리계좌(CMA).정기예금등에 묻어둔 예금들이 인출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큰 손의 움직임이 한결 둔화됐다.
서울 명동 사채시장의 한 사채업자는 7일『4천억원 비자금설이터진뒤 큰손들은 대부분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라며『가계 자금이나 자영업자의 소규모 자금만 일부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사채업자는『지난 6~7월에도 은행을 상대로 한 보증사기단과 유령회사를 이용한 금융사기단을 적발한다는 이유로 서울 동부지청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한동안 거래가 중단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직접관련이 없는 정치권의 비자금 문제로 연5일째 약세가 지속되는등 유탄을 맞아 흔들리고 있다.시간이 지날수록 발언 파문이 거액계좌 조사설등으로 번져 투자심리가 크게 경색되는 분위기다.
한진투자증권 유인채(柳寅采)전무는『마침 종합과세 실시를 앞둔시점에서 비자금 조사방침등으로 주식시장으로 유입이 기대되던 자금이 일단 관망하고 있는 것이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經濟.證券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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