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53>관료적 리더는 위기 때 배짱과 솔직함이 부족한 사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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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 35면

Q. 경영자가 관료적인지, 효율적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미국 뉴욕주 메디나에서 브라이언 나폴리)

A. 절묘하게 때맞춰 물어 오셨습니다. 물음에 답할 필요 없이 두 사람의 최근 움직임을 소개하면 충분할 성싶습니다. 바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입니다. 두 사람은 효율적인 관리자로서뿐 아니라 모범적인 리더로서 훌륭하게 최근 위기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을 비난하고 비판하는 게 요즘 미국인의 여가활동이 돼버렸습니다. 당신이 경제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파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이유를 캐묻고 싶을 것입니다. 정작 어려운 형편인 주택 보유자들을 구제하는 데 필요한 300억 달러를 투입하지 않은 이유도 따지고 들고 싶을 것입니다. 어디 이것뿐이겠습니까. 두 사람을 비판할 이유는 차고 넘치지요. 하지만 당신의 대책이 두 사람의 대응보다 더 낫다고 자신 있게 장담할 순 없습니다. 현 시점에서 두 사람의 대책이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주가 대폭락은 일어나지 않고 있지요.
두 사람이 최근 사태에서 보여준 가장 인상적인 점은 바로 (위기)관리 태도입니다. 용기, 신속한 대응, 솔직한 소통(커뮤니케이션)이지요. 이는 효율적인 리더의 자질만은 아닙니다. 다급한 위기 순간에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입니다.

먼저 용기는 불길 앞에서 보일 수 있는 배짱과 같습니다. 평범한 관료나 비즈니스 리더들이 갖지 못한 자질입니다. 리콜 사태가 발생하면 소비자의 불만과 비판이 끓어 넘칩니다. 당장 해결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런 순간 관료적인 사람은 꽁무니를 뺍니다. 잘못 대처해 들을 비판·비난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버냉키와 폴슨은 정면 대결했습니다. JP 모건을 동원해 사실상 처음으로 투자은행(증권사)을 구제했습니다.

다음은 속도입니다. 관료적인 사람과 효율적인 경영자의 차이가 여기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어떤 이는 버냉키가 기준금리 인하를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는 지난해 9월 이후 재빨리 금리를 내렸습니다. 그 폭이 무려 3.75%포인트에 이릅니다. 일부는 인플레이션이 걱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버냉키가 관료적이었다면 그런 비난을 의식해 이것저것 살펴보며 시간을 끌었겠지요.

마지막으로 솔직한 소통입니다. 위기의 순간에 정책 담당자나 비즈니스 리더는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분명히 밝히고 전달해야 합니다. 관료적인 사람은 어두컴컴한 ‘상황실(War Room)’에서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방법만 찾습니다. 하지만 폴슨은 아주 솔직한 말투로 대중과 자주 소통했습니다. 냉정한 현실에 발을 딛고 이야기했습니다.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버냉키와 폴슨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적인 측면에서’ 그들은 용기를 발휘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솔직하게 소통했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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