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담보로 신불자 빚 상환’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이 낸 국민연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 빚을 갚는 신용 회복 대책이 이르면 7월 시행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11일 새 정부 들어 첫 회의를 열고 보건복지가족부가 상정한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있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채무 상환금 대여 계획안’을 의결했다.

◇빚 못 갚은 29만 명 혜택=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자신이 납부한 국민연금 총액의 최대 50%를 담보로 돈을 빌려 금융회사 빚을 갚을 수 있게 된다. 대출 이자율은 연 3.4%로 원금은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하면 된다.

복지부는 260만 명에 이르는 금융채무 불이행자 가운데 29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회사 빚이 비교적 적고, 국민연금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해온 사람들로 채무 조정액 전액 상환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복지부는 이르면 5월 말 금융채무 불이행자를 상대로 대여 신청을 접수해 7월부터 돈을 빌려줄 계획이다.

◇국민연금 재정 운영 부담=기금운용위는 이번 안건을 표결(찬성 12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통과시킬 정도로 내부 진통이 컸다. 기금운용위가 표결로 처리했던 안건은 1999년 이후 한 건도 없었다.

한신대 경제학과 배준호 교수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큰데 이번 계획안으로 더 커지게 됐다”며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국민연금을 어려운 사람의 생활비로 지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24개 시민단체도 10일 서울 계동 복지부 앞에서 국민연금을 활용한 정부의 신용 회복 대책을 즉시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