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강재섭 힘 싣기'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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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1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의 회동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강 대표 체제로 당을 꾸려가도록 주문,당분간 한나라당을 강 대표 체제로 이끌어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 30분동안 강 대표와 조찬 회동을 갖은 자리에서 "강재섭 대표가 책임 지고 당을 추스려서 17대 국회의 마무리와 18대 개원 준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언론에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얘기가 나오던데 강재섭 대표는 자기희생을 거쳐서 성공적으로 총선을 마무리했다"면서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총선 출마를 포기한 강 대표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강재섭 대표에 힘을 실어준 것은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여진다. 이번 총선에서 당 안팎의 박근혜계 인사들이 대거 당선돼 이들을 포용하지 않고는 한나라당을 이끌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이재오 이방호 의원등 '친 이명박계' 중진 인사들은 대거 낙선,믿고 맡길 사람 조차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총선 직후부터 조기 전대개최론 등 당권 경쟁이 조기 가열될 조짐이 일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하는 포석도 깔려있다. 정몽준 의원을 내세울 수도 있지만 당내 친박계의 경계심이 발동해 당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적어도 6월초 국회의장 및 상임위원장 선거가 마무리되고 18대 국회 원구성이 완료될 때까지 강 대표 체제로 가는게 좋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뜻으로 보인다.

특히 이 기간동안 한나라당이 단순 과반수를 넘어 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무소속 당선자를 영입하기 위해서도 강 대표를 당의 얼굴로 하는 것이 유리한 입장이다.

더불어 이번 총선에서 친박연대와 친박계 무소속의 약진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이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시간을 벌면서 친박계 인사들의 움직임과 정치 지형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대선 경선시절부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강재섭 대표가 전환기의 당 관리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배석자들을 물리치고 강 대표와 20여분간 독대를 하면서 당 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복당과 관련 순수 무소속 인사들의 경우 입당을 받되, 친박연대와 친박계 무소속 인사들의 경우 얼마간 시간을 둔 뒤 복당의 기준과 원칙을 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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