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살고재산도키우고>경기도가평군마장리 宋辰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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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하지만 10년 넘게 살아 온 동네를 떠나,그것도 서울시내가 아닌 시골마을로 따라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그런데 경기도가평군가평읍마장리에 3백평의 땅을 마련해 지난 2월 낙향한 송진웅(宋辰雄.55)씨는 바로 그 렇게 집을 옮겼다. 이 마을에는 그보다 10여년 나이가 아래지만 친구처럼지내고 있는 이호영(李浩英.41.95년6월1일자 「전원에 살고…」주인공)씨가 지난해 11월 먼저 내려와 있었다.서울 구기동에 살때부터 李씨부부와 절친하게 지냈던 宋씨부부는 이삿 짐을 날라주러 따라왔다가 마을이 마음에 들어 덩달아 땅을 장만하게 됐다. 내무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12월 명예퇴직을 하면서받은 퇴직금 5천만원중 3천만원을 털어 李씨 집 바로 뒤편 논3백평을 샀다.그러나 3억원에 팔려고 내놓은 대지 70평 규모의 구기동 집이 팔리지 않아 바로 집을 짓지는 못하 고 일단은월세 6만원에 셋방을 얻었다.이 때문에 중학교 2학년과 국민학교 6학년인 딸과 아들은 아직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서울 후암동에 있는 사무실로 출퇴근하고 아내 김덕자(金德子)씨는 가평군청 앞에서 상아식당(0356828578)을 개업했다.
남은 퇴직금중 1천5백만원이 또 들어가 정착자금은 이제 바닥이 난 상태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는 콩으로 직접 빚어 내놓는 손두부와 우렁된장찌개 맛이 좋아 단골이 늘어나면서 식당은 이제 본궤도에 올라섰다.宋씨는 우렁된장찌개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이 좋은데 힌트를 얻어 곧 우렁이 양식을 시작할 계획이다.식당이 제자리를 잡아 고정적인 판로가 보장돼 있어 무엇보다도 큰 모험을 하지 않고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宋씨부부에게 남은 과제는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도록 하루빨리 집을 짓는 일이다.우선은 구기동 집이 팔려야겠지만 딸이시골학교로 전학하는 것에 아직 거부감을 갖고 있어 고민이다.
그러나 宋씨부부는 기어코 딸을 시골학교로 데려올 생각이다.어디서 학교를 다니고 얼마나 공부를 잘 하느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宋씨부부의 교육관이다.공부라는 것이 노력하기에 달린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스스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 만큼만 담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론이다.
국민학교에 다니는 둘째는 이런 부모의 뜻을 알아서 그러는지 하루라도 빨리 내려오고 싶어 집을 짓자고 성화지만 서울생활에 어느 정도 물이 든 큰 아이는 시골생활이 도무지 시큰둥한 모양이다. 그러나 아담한 2층집에 별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천창(天窓)이 달린 다락방을 만들어 주면 큰 아이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요즘 이 부부는 큰아이의 마음에 드는 그림같은 집을 짓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채의 집을 마음속에서 지었다 부수곤 한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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