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인기 떨어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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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0일 대구시 달성군 지역구를 돌며 당선사례를 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유세차를 이용해 유권자들을 찾았다. [대구=연합뉴스]

10일 대구 달성엔 비가 내렸다. 전날 4선에 성공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당선사례에 나섰다. 보좌진은 “승용차 안에서 인사하라”고 권했지만 박 전 대표는 자진해서 유세차에 올랐다. 빗방울이 군청색 사파리 재킷을 타고 내렸지만 “고맙습니다”라고 외치며 손 흔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군민들은 박수와 웃음으로 화답했다. 달려와서 악수하는 주부, 모자에 사인을 부탁하는 청년,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대는 소녀들 때문에 유세차는 연방 멈춰서야 했다.

박 전 대표에게 “지난 총선 때도 이런 사례를 했나”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못했죠”라고 답했다. 당시 그는 전국 지원유세를 다니느라 자신의 지역구엔 딱 30분간만 다녀갔을 뿐이었다. 총선 이후에도 당을 추스르기 위해 서울을 지켜야 했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지역구에만 머물렀다. 하지만 ‘선거의 여인’이란 별명은 허명이 아니었다. 그는 달성에서 꼼짝하지 않는데 ‘박풍’은 선거기간 내내 불었다. 국회 내에 그를 지지하는 의원만 60명 이상이 당선됐다. 10일 그의 자택과 선거사무소엔 친박 인사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 뜻 잘 읽어야”=박 전 대표가 당선사례를 시작하기 전인 오전 10시. 박 전 대표의 화원읍 자택으로 친박연대 홍사덕(대구 서구) 당선자가 방문했다. ‘복당’에 대한 얘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 친박연대 박종근(달서갑) 의원이 뒤를 이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이 인기를 잃어가는 것 같다. 표심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반영해 잘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후엔 구상찬 전 공보특보(서울 강서갑)가 박 전 대표의 자택을 찾아 인사했다. 박 전 대표는 당내 중국통인 구 당선자에게 “중국에서 참 좋아하겠네요. 고생 많으셨어요”라고 축하를 건넸다고 한다. 구 전 특보는 “박 전 대표의 지지 동영상이 큰 도움이 됐다”고 화답했다.

◇당권 도전 나설까=박 전 대표가 당장 맞닥뜨리게 될 문제는 친박계의 복당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연대와 무소속 당선자 26명은 11일 박 전 대표의 선거사무소를 찾아 향후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이들에 대해 “당에 돌아와야 한다”고 밝힌 뒤 구체적으로 복당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측근들은 “당의 반응을 보고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도전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친박연대와 무소속은 그의 출마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나라당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어려워진 한나라당을 바로잡아야 한다. 당원들이 그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며 여지를 뒀다.

대구=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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