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與野대표 회동-대화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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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낮 청와대에서 이기택(李基澤)민주당총재와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 및 이춘구(李春九)민자당대표등 여야대표.3부요인등과 오찬을 함께하며 방미(訪美)성과와 정국현안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金대통 령과 李.金총재는 각각 1년2개월과 6개월여만에 회동하는 것이어서 주목을끌었다. 이들은 골프와 미국 대통령선거 등을 소재로 환담을 나누었으며 분위기는 대단히 좋았다고 이원종(李源宗)청와대 정무수석이 전했다.1시간25분동안 진행된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金대통령은 李.金총재에게 정국운영의 협조를 당부했으며 두 야 당총재의 건의사항도 충분히 검토해보겠다고 밝히는 등 정상적인 여야관계 복원 의지를 보였다.金대통령은 오찬후 두 야당총재와 별도회동을 갖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金대통령의 대야(對野)관계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金대통령은 그러나 『원 칙에 입각해 정도(正道)로 나가겠다』는 말을 강조하는등 개혁의 지속에 의지를 보였다.참석자들은 방미가 金대통령에게 자신감을 갖게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金대통령=(金총재에게)요즘 체중이 느신 것 같습니다.
▲金총재=요즘 운동을 안해서 그런 모양인데요.
▲李총재=전의 행동반경이 마당이었다면 이제는 전국적으로 움직이시지 않습니까.
▲金대통령=운동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金총재는 골프를 좋아하시지 않습니까.요즘도 많이 하십니까.
▲金총재=요즘은 바빠서 별로 못했습니다.
▲李총재=그런데 골프금지령은 해금된 겁니까.
▲金대통령=내가 안한다고 했지 금지시킨 적은 없습니다.
▲金총재=클린턴 美대통령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어 재선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던데요.
▲金대통령=타임지에 클린턴 44%,보브 돌 공화당상원 원내총무 42%지지로 나타났대요.돌 총무는 전쟁때(2차대전)팔을 다쳤답니다.내가 의회연설할 때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것 같던데 남다른 감회가 있는 것 같습디다.
▲金총재=클린턴은 대통령으로서 검증된 사람이니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金대통령=방미성과에 대해 보고하겠습니다(金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보고」라는 용어를 썼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설명」이라고표현해달라고 당부).
이번 韓美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는 남북한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은 북한의 대미(對美)평화협정 체결공세에 쐐기를 박은 것입니다.평화체제가 등장할 때까지 정전협정이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의미있는 일입니다.
고위 외교레벨에서 협의체(對北고위전력협의체)구성에 합의한 것과 한국민이 원하는 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도 성과의 하나입니다.워싱턴에 세워진 6.25참전기념비는 6.25를 모르는 미국의 젊은 세대들에 역사적 인 의미와 韓美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명소가 될 것입니다.
▲李총재=오늘 분위기에는 안맞지만 8.15대사면 얘기를 하겠습니다.이념적 문제로 발생한 시국사범과 정치적 이유로 제약받는사람들이 많은데 구제됐으면 좋겠습니다.유념해 주십시오.또 삼풍사고등 대형사고로 민심이 흉흉한데 사고자체도 문 제지만 사고처리도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그리고 대통령의 설명을 들어보면 韓美통상마찰은 많이 줄어드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金대통령=통상마찰은 실무적으로 미리미리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채널을 마련했습니다.그리고 나는 앞으로 계속해서 원칙에 입각해 正道로 나가겠습니다.원래 내가 걸어온 길이 그랬듯 사심없이 나갈 겁니다.
8월25일이면 내 임기도 절반이 지나갑니다.두분 총재께서도 잘 뒷받침해 주십시오.
(정치인 사면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없이)큰 범죄가 아닌데 전과자가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그런 문제에 대해 총체적으로 검토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총독부청사 철거문제는 차질없이 진행하되 총독부내 보관중인 문화재에 대해서는 손상없이 보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큰 사고는 고도성장의 부산물입니다.그때는 그때대로 사정이 있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히 안전위주로 되도록 하겠습니다.다리나 건물을 짓는데 시일이 더 소요되는 문제에대해서는 국민들이 불편을 참아줘야겠고 두분 총재 께서도 협조해주십시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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