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만과 관계개선 中國눈치 속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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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이 미국.일본 등과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체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생존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다.
이 전략에서 미국이나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북한에 있어 중요한또 하나의 나라가 대만이다.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개발을 추진해온 북한으로선 자본이 넘쳐나는 대만과의 관계개선이 가져다줄 득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유난히 남한과 가깝게 지낸 중국을 견제하는데도대만과의 관계증진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으며 대만으로서도 북한은 韓中관계를 견제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북한.대만 양측은 지난 89년 대만이 북한에 대한 간접교역을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어떤 교류도 없었을 만큼 철저히서로를 외면해온 사이였다.대만은 한국을,북한은 중국을 의식한데따른 것이다.
그러나 韓中수교를 계기로 대만측에서 먼저 북한에 접근하고 나섰다. 그뒤 지난 90년 양측은 입국사증 발급에 관한 비공식 협의를 거쳐 차츰 인적교류를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린추산(林秋山)대만 감찰위원이 경제인 7명을 대동하고 북한을 방문한데 이어 올해 3월 김영로 북한대외경제합작위원회 부위원장이 대만을 방문해 대만 국제무역협회와 공동으로 對북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등 양측의 교류가 활발해 지는 조짐이다. 실제로 양측의 경제교류는 지난 91년 북한의 대만수출 2백60만달러에 불과하던 교역규모가 지난해 북한.대만의 상대방에대한 수출이 각각 3백40만달러,7백10만달러에 이르는 등 꾸준히 증대되고 있다.
이때까지 양측의 인적교류는 주로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하기위한 기업인 방문 위주인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교역규모 꾸준히 증대 그러나 지난 4월 북한이 개최한 평양축전에 대만이 전세기를 띄워 수백명의 관광객을 보내면서 국내에서는 양측의 관계개선 움직임을 크게 주목하는 분위기다.
양측간에 빠른 시일내 연락사무소가 설치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수교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마저 나왔다.
***中 식량공급 제한완화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대만과 북한사이의 관계개선 속도는 지난 4월 당시 예상에는 못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지난달초 탕자쉬안(唐家璇)외교부 부부장을 평양에 보내대만과 북한의 관계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지며 그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식량과 석유공급 제한을 다소 완화하는 움직임이다.
북한 역시 오랜 세월「후견인」역할을 해왔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강대국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면서까지 대만과 관계개선을 추구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실제로 북한은 탕자쉬안부부장에게 대만과 북한사이에 대사급 관계는 수립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관광객등 민간교류 예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대만은양쪽 모두 관계증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적지 않으므로양측은 앞으로도 꾸준히 경제를 중심으로 한 교류를 증대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대만의 관광객을 북한에 유치하기 위한 관광사무소,나아가 무역대표부 정도의 기능을 가진 연락사무소의 교환설치가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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