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홈뉴패밀리>8.老부부 큰집 자식주고 작은집 살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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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월이 흐르면서 부모는 품안의 자식들을 하나 둘씩 떠나보내는게 자연의 법칙인지도 모른다.그러면 노부부만 외로이 남게되면서북적거리던 자식들로 비좁기만 했던 집이 어느날 휑하니 넓어진 것을 느끼게 된다.
반면 부모 곁을 떠났던 자식들에게 역시 자녀가 생기면서 부부만 살 때는 넓었던 집이 어느날 갑자기 좁게 여겨질 때가 있다. 이럴 때의 해결책은? 현대 가정은 간단한 해답을 내놓는다.
부모-자식간에 집을 바꿔 사는 것.내외만 남게돼 넓은 집이 필요없게 된 노부모가 자식세대에 자신의 집을 양보하고,자녀들 때문에 넓은 공간이 필요해진 자식들이 부모의 집으로 옮겨사는 새로운 풍속의 뉴홈이 등장하고 있다.
교직에서 정년 퇴직한 金모(68.서울 노원구 상계동)씨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온 것은 지난해 10월.45평 아파트에서 내외만 지내던 金씨가 큰아들(40)내외와 손자들에게 이를 양보하고 그들이 살던 근처의 22평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이 「집바꿔살기」는 부자지간의 이해가 일치되면서 손쉽게 이뤄졌다.2남1녀의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金씨 부부는 방이 네개나 되는 넓은 아파트가 오히려 부담이었다.방청소 등도 힘들고 쓸데없이 물게 되는 고액의 관리비 역시 낭비로 느 껴졌다.반면국교5년.2년 남매를 둔 큰아들은 방 두개짜리 아파트가 점점 비좁아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집을 바꿔사는 두 세대는 현재 결과에 대해 대만족.아버지 金씨는 『가끔 제자들이 아들네 집을 찾아가는 해프닝은 있지만 불편없이 오붓하게 살 수 있어 좋다』고 했고 아들 金씨는 『아내가 시부모님 집을 빼앗았다(?)는 죄송함 때문인지 전보다 훨씬부모님께 극진해졌다』고 좋아했다.
회사원 李모(31.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집바꿔살기를 추진중인 경우.지금 15평 주공아파트에 사는 그에게는 부인(30)과 세살.돌된 두 딸이 있다.李씨의 아버지(62)는 직장에서 은퇴한 뒤 어머니(57)와 38평 아파트에서 지내 고 있다.지금으로서는 넓은 집을 살 처지가 못 되는 그는 『주변에서 부모님과 집을 바꿔사는 동료를 두어명 접하게 되면서 용기를 얻어 조만간 아버지께 운을 띄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바꿔살기가 우리사회의 전통적인 「안방지키기」 풍습을무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2년전 직장을 퇴임한 金모(62.서울 중구 장충동)씨는 『집을 바꾸기보다는 아들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게 정도(正道)가 아니겠는가』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金鍾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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