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JP 두 野총재 청와대가서 무슨말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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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야당총재들이 오늘 오랜만에 청와대에 간다.이들이 청와대에서 어떤 말을 할까.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작년5월 이기택(李基澤.KT)민주당총재와 만난것을 마지막으로 야당대표와 접촉이 없었다.야당총재들은대통령에게 할 말이 태산같이 쌓여 있다.
특히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총재는 집권당에서 축출당한지 5개월만에 화려하게 재기했다.李민주당총재는 김대중(金大中.DJ)씨의 신당 창당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이들이 속에 쌓인 말을 모두 풀려면 몇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정도 다.
그러나 이날 모임은 여야 대표와 3부요인을 모두 부른 의전성격의 행사다.金대통령으로부터 방미(訪美)활동에 대한 설명만 듣고 나와야 할 가능성이 많다.진지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남이 짧은만큼 오히려 핵심을 찌르는 몇마디를 건네야한다.그래서 더욱 고심하고 있다.
김종필총재는『무슨 얘기를 할거냐』는 질문에『방미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일뿐』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그러나 30일 혼자 자택에서 하루종일 생각을 정리했다.
金총재로서는 金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자신의 존재가 지방선거에서 민자당이 참패한 가장 큰 요인이었다.그러나 金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셔본 경험을 가진 그로서는 낮은 자세로 협조를 약속할 것이라고 당직 자들은 관측했다.물처럼 순리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소신이기 때문이다.
이기택총재도『국가적으로 어려운 때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자리를함께 하는 자체가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李총재는 DJ와 JP,두 金씨가 다시 등장한 마당에 자신이 이들과 어깨를 함께 한다는 것은 자신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때문에 그는『국가가 어려운 때는여야보다 국가가 우선』이라고 말했다.그 역시 여야 협조 관계를강조하겠다는 뜻이다.
자민련 관계자들은 이날 회동에서는 우선 외교문제가 거론되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金총재의 한 측근은『이 기회에 경수로문제와대북(對北)쌀 지원 문제등을 거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외교문제가 주제로 오를 자리인만큼 金총재가 국 회 연설에서 질타해 엄청난 여론의 호응을 얻은 부분을 직접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국내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빠진 金대통령이 대북문제를 돌파구로 생각하고 성급한 걸음을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李총재는 삼풍사건.태풍 피해.남해안 기름 오염문제등 잇따른 대형 재해를 거론하겠다고 밝혔다.이런 국가적 재난에는 여야가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또 민생문제나 5.18 불기소에 대한 반대의견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金 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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