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한마디] ‘불패신화’ 맹신 말고 적립식도 분산투자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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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주가 급락으로 주식형 펀드들이 쓴맛을 볼 때면 자산운용사들이 늘 강조하는 것이 3년 이상의 ‘적립식 장기투자’다. 맞는 말이다. 이 방식을 택하면 분명 투자위험이 줄어든다.

하지만 적립식으로 3년 이상 투자하기만 하면 성공이 보장될까. 한국투신운용 서정두(사진) 글로벌운용본부장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적립식 장기투자는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적립식 투자가 줄여 주는 것은 ‘시간의 위험’이다. 같은 금액을 일정 기간 동안 나눠서 펀드에 넣으면 주가가 비쌀 때 샀다가 쌀 때 팔아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작어진다. 이른바 ‘코스트 에버리징(매입단가 평준화)’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환매 시점의 주가가 평균 매입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속수무책이다. 심지어 가입 때보다 환매 당시의 주가가 올랐는데도 손해를 보는 경우마저 생길 수 있다. 서 본부장은 “이런 위험을 피하려면 3년 안팎의 기간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5~10년 이상을 내다보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적립식 투자가 없애 주지 못하는 위험이 또 있다. ‘대상의 위험’이다. 그는 “특정 국가나 업종에 ‘몰빵’ 투자를 해놓고 적립식이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적립식 장기투자의 경우 오히려 세계의 우량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집중 투자한 국가·업종이 부진할 경우 오랫동안 돈을 묶어두고도 손해를 보거나 낮은 수익률에 만족해야 할 수 있어서다.

그는 “특히 중국·인도 같은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이나 동남아·아프리카 등의 프런티어 마켓(신개척시장)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성장 속도가 빠른 나라는 주가 변동이 심한 데다 기업공개(IPO)로 유통 주식이 늘어나 국가 경제가 커지는 만큼 주가가 오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투자 전략이 좋을까. 서 본부장은 70 대 30 원칙을 권했다. 세계 각국의 우량 기업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에 70%를 넣고, 나머지 30%만 단일국가 펀드나 특정 업종·테마 펀드에 투자하란 것이다. 그는 특히 미국·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올들어 신흥시장의 단일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의 위험성이 여실히 드러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1분기 세계 증시는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급락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의 근원지인 미국보다 훨씬 많이 빠졌다. 서 본부장은 “해외주식 펀드에 있어 우리나라만큼 신흥시장 비율이 높은 곳도 드물다”며 “이제는 시간뿐 아니라 대상의 분산도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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