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베키 하키 교포3세 엠 이나.킴 릴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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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아버지.어머니도 평생 와보지 못한 고국의 땅을 저희가 밟고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성남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2회 아시아여자하키클럽선수권대회에 우즈베키스탄 시토라 부카라팀 소속 선수로 참가하고 있는 엠 이나(21)와 킴 릴랴(22)양은 교포3세로 머나먼 이녘땅에서 느끼는 감회가남다르다.
지난해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 자국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던 이들은우리말을 단 한 마디도 못하는 자신들의 처지가 안타까운듯 인터뷰 내내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통역관의 입과 제스처에 신경을곤두세웠다.
부쿠레슈티 주립대 졸업반으로 스포츠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나는 염직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어머니 엠 스베타(44)와 현지인 아버지 아타하노프 이스라일(50)사이의 2남1녀중 둘째.
또 같은 대학 3년에 재학중인 릴랴는 농부인 한국인 아버지 킴 아나톨리(54)의 4남1녀중 장녀.
이들은 37년 사할린에 거주했던 조부모가 스탈린에 의해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한후 현지인과 결혼한 부모세대부터 이곳에 정착한 한국인 후예들이다.
이나는 1m54㎝의 단신이지만 팀내에서 발이 빠르고 스틱워크가 뛰어나 주전 센터하프자리를 몇년째 지키고 있으며 1m67㎝의 릴랴는 공격보다 수비가 전문이다.
대회를 마친후 비록 반쪽이지만 난생 처음 경험하는 고국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동족애의 편린이라도 느껴보는 것이 이들의 소박한 꿈이다.
〈鄭太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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