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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문화행사로 바꾼다더니…정치 색깔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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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탄핵 반대 촛불집회'를 놓고 주최 측과 경찰이 공방을 하고 있다.

경찰이 15일 이번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나서자 주최 측인 '범국민행동'은 '문화행사'로 성격을 바꾸겠다고 맞대응했다. 문화.종교 행사 등의 경우 야간집회 금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는 촛불집회가 탄핵이란 정치적 문제에서 출발했고, 집회의 성격상 4.15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엄정한 잣대를 적용할 방침이다. 허성관(許成寬)행정자치부 장관은 16일 "촛불집회는 불법이지만 어린이.노인까지 포함돼 있어 현실적으로 해산하기 어렵다"며 "문화행사라 하더라도 사전 선거운동과 관련되면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화행사 내용이 관건=범국민행동은 공연팀을 초청하고 시민 장기자랑을 마련하는 등 집회를 문화행사로 바꿀 계획이다. 20일 집회 때는 윤도현 밴드의 공연도 할 예정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3월부터 시행된 개정 집시법이 '개악(改惡)'이며 절대로 승복할 수 없다던 종전 입장을 수정, 경찰과의 마찰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최열(55)범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촛불집회는 국민적 행사이기 때문에 특정 단체의 집회로 봐서는 안 된다"며 "시민단체의 집시법 불복종 선언과는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집회에서 사회를 맡은 가수 이정렬씨는 "지금 중앙선관위에서 집회를 지켜보고 있으니 가급적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발언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집회장에는 "너희는 아니야, 차떼기 갈취하는 조폭들…"이란 가사의 노래가 울려퍼졌고, 일부 참가자는 자유발언에서 "노무현이 거짓말했다면 한나라당.민주당은 살인 강간범이다" "16대 국회를 심판하자" 등 정치색 짙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경찰.선관위는 유보적=경찰은 탄핵 반대 단체의 입장 변화를 반신반의하고 있다. 경찰은 ▶범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550여개 단체의 성격▶집회의 주제▶참석자들의 발언 등을 분석 중이다.

박수현 경찰청 경비1과장은 "단편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집회 전체의 성격을 보고 문화집회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늬만 문화집회'일 경우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선관위도 군중이 모여 특정 정당에 대한 '심판'을 요구할 경우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집회의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며 구체적인 선거법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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