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겪는 三豊생존자들-崔군 肝이상 柳양 가위눌림 시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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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삼풍백화점의 무너진 콘크리트더미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와 「생명의 고귀함」을 다시한번 일깨웠던 최명석(崔明錫.20)군과 유지환(柳智丸.18).박승현(朴勝賢.19)양등 3명은 사고 한달째인 29일까지도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에서 완전 히 벗어나지못하고 있다.
온 국민의 환호와 격려가 쇄도했고 『살았다』는 안도감에 구조당시에는 별로 아픈줄조차 몰랐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기저기「이상」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2백30시간만에 구조된 崔군은 정밀진단결과 간기능에 이상이 있음이 확인됐다.崔군의 어머니 전인자(錢仁子.49)씨는 『명석이가 밤늦도록 잠을 못자고 뒤척이거나 어둠을 기피하는등 후유증이 보인다』며 『명랑한 성격인데도 워낙 참혹한 기 억이다 보니금방 떨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柳양의 경우 잠을 자다 가위에 눌려 깨어나거나 자주 식은땀을흘리는가 하면 얼굴색이 좋지 않아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柳양은 국민학생과 중학생들이 보내준 수십통의 위문편지를 읽고신문에 실린 자신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하며 퇴원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당초 열흘이내 퇴원할 수 있을거라던 예상은 빗나갔다.그러나 柳양은 모교인 위례상고에서 보내주 기로 한 호주퍼시픽대학 유학을 위해 영어공부를 시작할 꿈에 부풀어 있다.
국내 매몰 최장기록을 깨고 17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朴양은사고당시 다쳤던 왼쪽다리의 치료경과가 좋아 부축을 받으며 복도를 오갈 수 있을 정도다.매몰현장에 같이 있던 백화점 여직원 동료가 숨졌다는 얘기를 들은뒤 식사를 제대로 못 했던 朴양은 최근 눈이 자꾸 침침해진다고 호소해 의료진을 긴장시키고 있다.
〈金秀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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