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세안 가입 의미와 전망-安保서 實利로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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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냉전시대「공동의 敵」이었던 공산국 베트남을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것은 지난 67년 인도차이나 반도 공산화에 대항,지역안보협의기구로 출발했던 ASEAN의 달라진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베트남은 78년 캄보디아를 무력침공한 후 11년간이나 강점하면서 주변 아시아국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왔다.
그러나 소련과 동유럽의 몰락으로 급작스레 원조가 중단되자 베트남 경제는 빈사상태에 빠져들었고,86년 도이모이(쇄신)정책 채택과 함께 시장경제로 노선을 전환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후 베트남은 서방 각국은 물론 ASEAN 회원국들과 관계개선 움직임을 꾸준히 추진한 끝에 92년 7월 동남아시아우호협력조약(발리조약)서명에 이어 ASEAN 옵서버 자격을 얻어낼 수 있었다.결국 미국과의 역사적 수교에 이어 지역공동체에까지 성큼 발을들여 놓게 된 것이다.
ASEAN으로서는 인구 7천2백만명에 40만 병력,무한한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베트남의 동참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對중국 견제를 통한 지역안보 강화에도 보탬이 되는 일석이조의 실리를 챙기게 됐다.
한편에선 1인당 국민소득이 2백20달러에 불과,다른 ASEAN회원국에 비해 아직은 경제열등생인 베트남의 가입으로 가속도가붙기 시작한 ASEAN 자유무역지대(AFTA)창설노력에 지장을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베트 남에 대해 수입관세 5% 인하를 조건으로 하는 AFTA 가입을 2006년까지늦춰주기로 한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라는 것이다.
베트남 내부에서도 관세인하와 함께 완전개방체제로 돌입할 경우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시장경제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왔다.그러나 회원 가입을 계기로 ASEAN의 우산 아래 중국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이점이 더 크다고 계산했다.
베트남의 ASEAN 정식가입에 이은 캄보디아의 옵서버 자격 참가,미얀마의 동남아시아우호협력조약 서명등은 5억인구를 가진 거대시장「ASEAN 10」의 실현 구상을 한발짝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申藝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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