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정상의 對北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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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방미(訪美)는 잊혀져온 한국전쟁의 의미를 일깨우고,한미(韓美)양국의 대북(對北)공동대처방안을 조율하는 터전을 다졌다는데 의의가 있다.
金대통령의 방미는 워싱턴의 한국전참전기념비제막식 참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그가 美의회연설등 여러 연설에서 강조했듯이 미국이 참전해 고귀한 희생을 한데 대한 한국의 사의(謝意)를 표하는 의식이 목적이었다.우리가 미국의 한국전참전의 결과로 미국이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의 확립으로 번영하는 국가를건설하고,마침내 남을 도울 수 있는데까지 다다랐다는 사실의 강조를 통해 미국인의 희생이 보상받게 됐다는 金대통령의 연설기조는 미국조야에 좋은 인식을 심었음 직 하다.
金대통령은 클린턴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정책에 관한 양국의 입장이 상호 이해와 공동전략에 의해 추진될 것임을 재확인했다.이를 위해 「대북공동전략 고위협의체」를 운영키로 합의한것은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
韓美양국은 지금까지도 대북문제에선 긴밀한 협의및 공동대처를 통해 현격한 이견을 보이지는 않았다.그러나 북핵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나타났듯 다소의 삐걱거림이 있었고,특히 북한이 광복 50주년.휴전협정체결 42주년을 맞아 휴전체제의 와해및 우리를배제한 평화협정체결을 집요하게 기도하는 시점이어서 이같은 협의체를 통한 한미간 공동전략의 수립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양국이 이 협의체를 통해 동아시아질서의 재편이라는 큰 틀과의 연관속에 통일까지 내다보는 대북전략을 조율,추진하기를 기대한다.
金대통령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미중(美中)관계개선을 위해 중재용의를 밝혀 클린턴대통령의 수락의사를 받아낸 것도 동아시아질서의 새로운 재편이라는 구도와 무관하지 않은 움직임이라 믿어진다.클린턴대통령도 거듭 확인한 남북한문제의 당사 자 해결주의를 우리가 관철하기 위해선 원만한 美中관계의 지속이 필수적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金대통령이 의회연설등을 통해 좀더 강하고 설득력있게 미국의 지나친 대한(對韓)통상압박의 부당성을 지적하지 않은 것은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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