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광양만 기름유출사고 피해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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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3년째인 지금도 갯벌을 파면 기름이 배어나오는 이곳에서 무엇을 파먹고 살겠습니까.』 지난 93년9월 광양만 유조선충돌 사고로 기름범벅이 됐던 경남남해군 고현.설천.남.서면일대 94㎞해안과 하동군금남면과 사천군등 1백24㎞해안 어민들은 지금도호미질을 하면 기름이 배어나오는 갯벌과 바위사이에 굳어있는 시커먼 기름덩 어리를 바라보며 3년째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이 일대 해안은 도다리.놀래미.볼락등의 고기는 전혀 잡히지 않고 있으며 바지락.피조개.자연산 새조개등 어패류가 조금씩 채취될 정도로 황폐화됐다.
여기에다 오염사고당시 방제작업 인건비 1인당 하루 2만~3만원씩 지급받았을뿐 어패류와 시설물 피해보상은 지금까지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기름사고이전 3백70㏊의 공동양식장에서 새조개.피조개등을 생산,해마다 20여억원대의 소득을 올렸던 남해군고현면갈화어촌계(계장 韓秉浩.49)는 지난해 1백30여명의 계원들이 겨우 3천만원대의 수확을 올렸을 뿐이다.
기름유출사고 당시 방제작업을 했던 鄭기천(43)씨가 유화제에중독돼 사망할 정도로 극심한 홍역을 치렀던 갈화어촌계 바닷가에는 지금도 기름때문에 시커멓게 변해버린 돌들이 즐비하다.
어촌계장 韓씨는 『해안 바위에는 자연산굴포자가 붙지만 생장이되지않고 폐사하고 있다』며 『사고당시 뿌린 유화제가 바다생태계를 완전히 파괴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근 남해군 서면청포.남상어촌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바지락 주산지였던 남해군서면 청포어촌계소속 노구부락의 경우 기름사고이전 해마다 7~8t씩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했지만 지난해는 3백~4백㎏만 겨우 생산했다.
이 일대 해안은 바지락서식에 좋은 수심이 얕은 모래해안이어서채취되기가 무섭게 일본으로 수출됐으나 이제는 일본의 주문도 완전히 끊겼다.
서면청포어촌계 유옥렬(柳玉烈.51)간사는 『피해보상도 1년치만 청구했을뿐』이라면서 『앞으로 수십년 계속될 것이 뻔한 이같은 피해는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南海=金相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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