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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영화산책>"카멜롯의 전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고독할수록 강해지고 자유로울수록 힘이 용솟음치는 사나이.그가가진 것이라고는 천하무적의 칼솜씨와 지칠줄 모르는 정열등 두가지 뿐이다.어떤 일을 한번 시작했다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열화같은 성미지만 사랑과 충절의 기로에선 절제와 범절을 지킬줄도안다. 그의 주군의 모습은 어떤가.왕으로서의 권위를 태산같이 알지만 결코 군림만 하는 통치자가 아니다.
신뢰하는 신하가 연적관계에 있음을 알았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듯했지만 왕비의 행실을 왕권으로 다스리려 하지않고 공개재판에 회부하여 민의에 맡긴다.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한 그는 적군에 포위당해선 굴복하지 않고결사항전을 외치며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카멜롯의 전설』에 나오는 이 두 주인공은 전설의 왕국 카멜롯의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 란셀롯이다.
영국판 군신유의(君臣有義)를 담은 역사물인데 웅대한 스펙터클속에 전개되는 남성의 행동미학이 중세에 꽃피웠던 기사도의 진수를 보여준다.
현대의 나약한 마마보이들에겐 유약하고 좀스러운 자신의 행동거지에 대한 귀중한 반성의 자료가 될 듯 싶다.교과서같은 내용이긴 하지만 여성의 행동미학도 아름답다.늙은 왕에 대한 존경심과젊은 기사에 대한 연모의 갈등 속에서 왕실의 명 예와 범절을 지켜나가는 왕비의 기품이 고결해 보인다.
영화에서 인생을 배우는 사람이 많다지만 평소에 살고싶거나 보고싶었던 인간상을 스크린에서 보는 것 처럼 즐거운 일도 없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왕과 신하,두 남성의 역동적인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연륜에 손색없이 묵직한 아서왕의 인품과 젊음의 패기가 넘치는 원탁기사의 혈기방장함이 유쾌한 대조를 보이며 박진감 있게 스토리를 엮어간다.
카멜롯왕국 자체가 신빙성이 없는 전설의 나라지만 아서왕과 원탁기사 이야기는 영국문학사에서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영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느나라이건 국민의 우상인 전설적 영웅이 있게 마련인데 그 대표적 인물이 아서왕이다.그가 스크린에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기사도를 선보였던 전례와는 달리 원탁기사 하나를 함께 내세워 「공동대표제」를 채택한 것이 흥미를 끈다.
이제는 늙은 왕 하나만으로는 안되겠다 싶은 제작자의 시류영합의도가 엿보여 씁쓸하다.
〈편집담당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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