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합동설명회 쟁점별 분석-원자력硏과 한국型경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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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합동설명회 배경=정부는 최근 이병령(李炳령)원자력연구소 前원전프로젝트그룹장의 보직해임과 관련,제기된 한국형과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축소.변질될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 과민한 반응이고 기우(杞憂)에 불과하다고 거듭 설명했다.정부 가 경수로기획단.한전.원硏등의 3개 기관장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갖는 이례적인 행사를 마련한 것은 무엇보다 국민과 여론을 설득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인식한 결과다.
한국형 및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미국이나 일본의 압력에 의해변질될 수도 있다는 언론의 의혹이 여론에 잘못 비춰질 경우 그동안 쌓아놓은 공이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對北 경수로사업에서 한국이 필요한 자금의 대부분을 담당하면서도 미국이 對北협상을 주도하는 특수한 구도에서 정부는「돈만내고 발언권은 없다」는 여론의 비난을 부담스럽게 느껴왔다. 이같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선 경수로 사업을 한국이 주도하고 한국표준형을 북한에 제공한다는 2대원칙은 일종의 마지노線이었던 셈이다.
李前그룹장은 계통설계를 담당하는 원硏이 공동주계약자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미국기업의 로비와 미국정부의 압력에 한국형을 보장하기 어렵고 따라서 경수로사업에서 한국의 중심역할도 확보하기어렵다는 주장을 펴면서 정부의 2대원칙논리에 의 문을 제기해 왔다. 李씨의 해임과 동시에 원硏의 역할과 한국형관철,한전-美ABB-CE간의 양해각서,프로그램 코디네이터문제와 美기업의 역할등에 관해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해명할 필요성을 실감한 것이다.
◇원硏의 역할과 한국형관철=경수로에서 핵심부분에 해당하는 계통설계를 맡은 원硏이 한전과 공동 주계약자가 되지 않을 경우 과연 한국형관철이 어려워지는가.
이에 대해 원硏의 申소장은『일부 개인들의 의견을 조직의 입장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면서『원硏은 아직까지 한전과 공동주계약자가 되겠다는 주장을 공식적으로 한적이 없다』고 말했다.
申소장은『원硏의 공식입장은 한전이 주계약자로 선정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수로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국내 기관.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국책연구기관인 원硏이 더 많은 양의 일을 따내기 위해 한전과 경쟁하지는 않는다』며『제발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다.한전의 李사장은 이와 관련,『경수로 사업에는한전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참여한다』며『원硏은 그중 한 기관으로 각자가 적절히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중공업(韓重)의 재하청을 받는 입장에서한국형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의혹에 대해 崔기획단장은『원硏은 지금까지 정부가 對北경수로 사업을 추진해 오는 동안 한전과 함께 기술자문의 역할을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지속 할 것』이라고설명했다.
崔단장은 또 원硏이 요구하는 협의체 구성과 관련,『이미 정부는 기획단내에서 상시적으로 여러 참여기관들과 협의를 해왔다』면서『앞으로도 필요하면 정부 국장급 관료들과 한전.원硏등의 주요간부들과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崔단장은 공식적인 국내기관의 협의체는 따로 필요없다는 입장을분명히 밝힌 셈이다.
원硏은 재하청업체라는 韓電의 시각,원硏에 이미 충분한 역할을주고 있다는 정부의 시각,그리고 공식적인 협의체를 통해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는 원硏의 시각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입장조율 어려워 정부가 주관한「입 맞추기」에도 불구하고협의구도에 대한 3자의 입장은 앞으로도 쉽게 조율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李前그룹장의 해임과 관련,申소장은 정부의 압력설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높은 분이 李그룹장과 직접 통화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해임인사를 하라고 그 누구한테도 지시받은 바 없다』고 일부의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또『원硏에는 李前그룹장 외에도 이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1천6백명에 달한다』면서『한 사람만이 계통설계를 수행할 수 있다는 시각은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말했다.
결국 李前그룹장의 해임은 원硏이 정부 및 한전과의 불협화음(不協和音)과 관계악화를 막고 기존에 확보한 역할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작용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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