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공동구매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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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주마의 공동구입과 분배를 마주에게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서울마주협회(회장 吳滋福)가 불복,귀추가 주목된다.
지금까지 마주들은 농가에서 생산한 말을 공동으로 구입한 다음추첨을 통해 나눠가진 뒤 경주에 출전시키고 있다.서로 경쟁을 피하고 사이좋게(?)지내자는 것이다.그러던중 지난 3월 한국축산개발㈜의 정규진(鄭圭鎭.58)씨가 말수준에 따 라 적정 가격을 받고 마주에게 개별적으로 팔겠다고 주장하며 이를 방해하는 마주협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本紙3월18일字 참조〉.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는 마주협회가 경주마 생산농가와 마주의 직거래를 막는 것을 경쟁제한 행위로 규정,시정할 것을 지난 5일 마주협회에 통보했다.그러나 마주협회는 변호사를 선임,이의신청서를 제출할 채비를 갖추는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 다.
마주협회 관계자들은 국산마 수준이 외국산마에 뒤떨어지는 상황에서 개별구매를 인정하면 한국경마를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즉 개별구매가 시작되면 마주들은 우수한 국산마는 비싸더라도사겠지만 대부분의 국산마는 같은가격의 외국산마에 비해 수준이 낮아 거들떠보지 않게 돼 국산마의 도태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반대로 외국산 경주마에 대한 수요가 급증,재력있는 마주들이 마구잡이로 들여오는 무한경쟁이 전개돼 값비싼 외국산마가 승리를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마주협회 천병득(千炳得.54)이사는 『이렇게 될 경우 결과가 뻔한 경마를 보러오는 팬은 없어질 것이고 결국은 한국경마가 존립의 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개별구매가 궁극적으로는 우승열패(優勝劣敗)라는 경마의원칙과 부합하는 점이 마주협회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능력있는 말이 승리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를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또 평소 많은 마주들이 추첨에 따 라서가 아니라자신의 안목으로 선택해 키운 말을 경주에 내보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문제다.
〈金相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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