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경마이야기>말의 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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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더위를 탄다.
추운 겨울보다 더운 여름을 보내는 것이 더 힘들어 영하 20~30도의 혹한에도 끄덕없다가도 여름이 되기만 하면 맥을 못춘다.말도 사람과 같이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는데 경주를 끝낸말은 땀에 흠뻑 젖어 있다.땀에 젖은 말을 닦아 주지 않은채 마방에 넣어두면 땀과 먼지가 뒤범벅돼 피부에 막이 생기고 체온조절이 힘들게 된다.사람이 땀을 흘린뒤 씻지않으면 피부가 끈적끈적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경주마가 여름철 가장 주의해야 할 질병이 바로 열사병이다.경주를 막 끝낸 말의 체온은 40도까지 올라간다.이때 체온을 제대로 낮춰주지 않으면 더위를 먹게 된다.
경주뒤에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지난해와 같이 무더위가 계속될 때는 경주를 하지 않고 마방에 있기만 해도 땀을 줄줄 흘린다.그래서 관리자는 열사병을 방지하기 위해 선풍기를 틀거나 샤워를 시켜준다.훈련도 주로(走路)에서 달리기 보 다는 수영으로대신하는등 강도를 낮춘다.
잘사는 나라에서는 마방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은 보통이고 부드럽고 촉감좋은 고급천으로 여름용 마의(馬衣)를 만들어 입혀 땀이 나면 쉽게 흡수하도록 한다.여기에 비하면 우리 경주마는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
초원에 방목된 말은 자기나름대로의 피서를 한다.초원은 마방과같이 제한적이고 통풍이 되지 않는 곳에 비하면 훨씬 지내기 좋은 곳이다.그래도 햇빛이 강렬하게 내려쪼이는 시간에는 풀을 뜯어먹지 않고 시원한 나무그늘을 찾아 낮잠을 자거 나 물속에 서있는다.얕은 물에서는 온몸을 뒹굴어 전신에 물을 묻힌다.말 꼬리는 해충을 쫓는데만 사용되는줄 알고 있지만 피서에도 한몫한다.즉 꼬리를 물에 적셔 몸에 뿌린다.말도 나름대로의 피서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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