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격전지] 제주갑, 정당보다 연고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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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강창일 후보에게 일할 기회를 더 줘야 한다.”(강창섭·27세·서비스업)

현경대 후보가 되면 국회의장이 될 거라는 얘기가 많다. 힘 있는 사람이 돼야 제주가 발전한다.”(현창호·60세·택시기사)

6일 제주도에서 만난 시민들의 말에선 이념과 세대, 지역과 성씨가 미묘하게 얽힌 제주 선거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났다. 제주도는 소속 정당이나 정치적 바람보다는 지역 연고와 정서가 당락을 가른다.

제주갑에선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강창일 후보, 6선에 도전하는 무소속 현경대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한나라당김동완 후보가 따라붙는 2강 1중 구도가 전개되고 있다. 이날 각 후보는 자신의 지역적·혈연적 연고를 훑으며 전통 지지층의 표 단속에 힘썼다.

유세도 각각 자신의 연고 지역에서 했다. 제주 신공항, 제주특별자치도 발전계획 등의 현안을 놓고 현 후보는 “내가 ‘진짜 한나라당’ 소속”이라며 “큰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강 후보는 “국회에서 현 후보가 20년 동안 한 일보다 4년간 내가 한 일이 더 많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은 성씨와 출신지에 따라 차이가 크다.

진주 강씨는 제주도 5대 성씨 중 하나고 강씨보다 수는 적지만 연주 현씨는 정치적 응집력이 높다고 한다. 출신지에 따라 현 후보는 구제주시 내에서, 강 후보는 구 북제주군에서 강세다. 30~40대에선 강 후보, 60대 이상에선 현 후보의 지지층이 두텁다는 게 두 캠프의 공통된 평가다.

이날 불교신자인 강 후보는 금락사·천왕사 등 주요 사찰을 도는 데, 현 후보는 여러 문중과 각 마을 지도자를 만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4·3 특별위원회를 통폐합 대상에 포함시킨 뒤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제주도민의 실망감은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4·3항쟁 60주년을 맞는 해여서 여파도 컸다.

두 후보는 모두 ‘4·3 특위 통폐합 반대’를 공약했다. “재야 시절 4·3 특별법 제정운동을 주도했다”며 쟁점화를 시도하는 강 후보에게 현 후보는 “99년 특별법을 발의한 것은 나”라고 맞서고 있다.

제주=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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