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도 풍광이 아름다워 영화와 CF의 촬영지로 유명한 소매물도(통영시 한산면)에서 바라본 등대섬(높이16m). 등대섬은 하루 한 차례 소매물도와 길이 100m쯤 되는 바닷길이 열릴 때만 오를 수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거제도 남동쪽에 있는 해금강 인근에 조성된 해금강 집단시설지구. 기암절벽의 십자동굴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4만2544㎡ 규모로 만들었다. 하지만 국립공원구역이란 이유로 건폐율(15%)이 낮아 한 필지도 분양되지 않아 빈터로 남아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6일 소매물도 선착장 입구의 화장실. 남녀 각 3칸씩인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비좁은 선착장은 통영과 거제에서 오는 배들이 도착할 때마다 몸살을 앓는다. 소매물도내 집 15채 중 13채가 재래식 화장실이다. 집을 고치려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까다로운 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집수리를 기피하고 있다.
군입대를 앞두고 섬을 찾은 대학 휴학생 이동헌(20·부산시 서구 서대신동)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는데 편의시설이 너무 없다. 식당을 못 찾아 빵을 먹고 나니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자연산 회와 함께 밥을 맛있게 먹을 줄 알고 왔다가 낭패를 겪고 있었다.
마을에는 허름한 식당 한 곳이 있지만 무허가다. 50대 식당주인은 “관광객들이 밥 먹을 곳이 없어 식당을 열었는데 국립공원의 단속에 걸려 50만∼100만원의 과태료를 세 번이나 물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알고 찾아오는 손님에게 겨우 밥을 파는 정도다.
선착장에서 해산물을 파는 해녀 5명도 단속에 걸려 모두 과태료를 물었다. 한 민박집 주인은 의자 3개 놓을 만한 데크를 만들었다가 혼이 났다.
김태우(44) 이장은 “돌담과 오솔길을 살려 섬을 옛 정취가 나게 아름답게 가꾸고 싶지만 너무 심한 규제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남해안의 과잉규제를 바로잡기 위해 경남도가 주축이 돼 추진하는 것이 ‘동·서·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이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6월 말까지 시행령을 만든 뒤 7월 시행에 들어간다. 특별법은 해안을 개발구역과 보존구역으로 나눠 관리하는 게 주 내용이다. 환경적 가치가 높은 보존구역은 보존하되 개발할 곳은 과감하게 풀게 된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기존 35개 법규의 규제를 받지만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심의한다. 그만큼 사업추진 기간이 짧아지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개발구역은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아 각종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토지 임대료와 세금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하지만 특별법이 시행되더라도 현행 규제 관련 법률은 그대로 있는데다 개발과정에서 수많은 관계 기관의 심의 및 협의 절차가 기다리고 있어 남해안의 규제가 얼마나 해소될 지는 미지수다.
글=김상진 기자
◇남해안 규제=한려해상국립공원은 경남 통영시 한산도에서 전남 여수시까지 바다와 남해·거제도를 포함해 남해안에 걸쳐 1968년 말 지정됐다. 대상 지역은 여수 ·남해 ·하동 ·사천 ·통영 ·거제 등 478.62㎢이다. 수산자원보호구역은 거제∼남해 사이 전 해역이 포함된다. 국립공원구역에 들어가면 자연공원법에 의해 집단시설지구는 건폐율과 용적률, 건물 높이를 제한받는다. 마을의 주택도 건축면적을 제한받고 증축은 어렵다. 도로 개설 등 훼손 행위는 엄격하게 제한된다. 수산자원보호구역에서는 공유 수면 매립과 같은 개발행위가 불가능하며 어업행위밖에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