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달러 라이트 담배 집단소송서 소비자 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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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8000억 달러짜리 세기의 재판인 ‘라이트 담배 집단소송’ 2차전에서 담배회사가 승리했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이트 담배가 일반 제품보다 덜 해로운 것처럼 담배회사들이 오도해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며 원고들이 필립 모리스, R J 레이놀즈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집단 소송이 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소비자들이 라이트를 선택하는 게 오로지 건강과 관련된 담배회사의 그릇된 선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상당수는 맛 또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피우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집단소송이 될 수 없으나 대신 개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필립 모리스와 R J 레이놀즈가 피소된 것은 광고 때문이었다. 담배 회사들은 1970년대 초반부터 라이트 담배를 출시하면서 “니코틴과 타르를 획기적으로 줄인 신제품”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나중에 라이트 담배는 기존 제품과 똑같은 원료로 만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신개발 필터를 채택해 흡연자가 담배를 빨아들일 때 흡수되는 연기량을 줄이는 대신 보다 많은 공기가 흡입되도록 만들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미 국립암연구소는 2001년 “라이트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로운 게 아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렇게 되자 그간 라이트를 피워 왔던 흡연자들이 “담배회사의 잘못된 선전에 속아 라이트를 계속 피웠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원고 측 변호사들은 2006년 9월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1심 판결을 끌어냈다.

원고 승소 가능성이 큰 판단을 얻어낸 셈이다. 그러나 2심에서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2심 재판부는 “2001년 라이트가 덜 유해한 게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지만 이 제품의 소비량은 줄지 않았다”며 “라이트 애연가들이 건강이 아닌 맛·스타일 등 다른 이유로 이 제품을 선택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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