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리기자의통계로보는IT] 휴대폰 통화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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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휴대전화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통화시간이 혹시 세계 1위가 아닐까 싶었는데 압도적 소비국은 따로 있었네요. 미국입니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은 데다 가장 가까운 이웃을 차를 몰아 방문할 정도로 주거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겠지요. 그 뒤를 아시아의 금융중심 홍콩과 약동하는 신흥 경제대국 중국이 잇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업체 노키아의 본거지인 핀란드는 혹독한 추위와 험난한 지형으로 일찍이 이동통신이 발달한 나라입니다. 자판기 이용은 물론 주차료나 세차요금 지불을 휴대전화로 할 수 있죠.

KISDI 보고서엔 각국 휴대전화 회사들이 거두는 수익통계도 있네요. 통화시간이 긴 나라일수록 기업이 취하는 수익이 적네요. ‘박리다매’ 원리이겠지요. 사용자가 매달 지불하는 휴대전화 통화료의 경우 중국과 홍콩·대만이 유난히 적습니다. 홍콩은 ‘통신회사 난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업계의 가격경쟁이 치열하니 그럴 수 있겠지요. 중국은 요금을 국가가 통제하는 데다 서비스 질이 떨어져 비싼 요금을 받기 어려울 겁니다. 우리나라의 통화 1분당 업체 수익은 미국·중국보다 훨씬, 세계 평균보다 조금 많은 것이 눈에 띄네요.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까요. 주식 투자자들에게도 통신업계 마진은 중요한 정보입니다. KISDI 보고서엔 각국 이통 업계의 ‘세전 영업이익(EVITDA) 마진’이 들어 있습니다. EVITDA 마진이란 총수입에서 세전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합니다. 마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통업계 수익률은 세계 18위입니다. 인도네시아·필리핀처럼 이통 보급률이 낮고, 그래서 성장잠재력이 큰 개발도상국일수록 마진이 높습니다. 이통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핀란드·한국의 마진은 낮은 편이고요. 보고서의 또 다른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이통 업계 마진은 2005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떨어지고 있어요. 시장 상황과 소비자 요구에 따라 통신요금이 인하된 때문이지요. 보고서는 “올해에도 사업자 간 가격경쟁과 각종 규제완화로 요금이 더 내려갈 것 같다”고 하니 가입자들은 한번 기대를 해봐도 좋겠네요.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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