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農家·공사장 '고철 도둑'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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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철 품귀로 자재값이 크게 오르자 철근.철강 등을 훔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철제 하수도 뚜껑이나 포도밭 비가림용 지지대를 훔쳐가는가 하면, 도로 고르기용 롤러를 통째로 가져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 공사장마다 폐쇄회로 TV를 설치하거나 경비 인력을 늘리는 등 자재와 장비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 영천경찰서는 15일 영천시 도남동 도남공단 내 K사 후문 앞에 쌓아둔 H형 빔 53개를 훔친 혐의(절도)로 南모(45.무직.울산시 남구)씨를 구속했다.

南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크레인이 달린 19t짜리 차량을 동원해 철제 빔을 훔친 뒤 울산의 한 고물상에 620만원을 받고 팔아넘긴 혐의다.

경찰은 또 포도밭에서 비가림용 철근 지지대를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權모(19)군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權군 등은 지난달 3일 오전 2시쯤 영천시 화산면 張모(52)씨 포도밭에 있던 길이 2m, 지름 1.6㎝짜리 비가림용 철근 500여개를 훔친 혐의다.

서울 중랑경찰서도 15일 건물 신축공사장에서 선반 제작용 조립식 앵글 320㎏을 훔친 혐의(절도 등)로 金모(38.무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金씨는 경찰에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했다"고 말했다.

절도 수법도 대담해져 건설장비를 훔친 사례도 생겨났다.

경북 청도경찰서는 청도군 풍각면 흑석지 못 둑에 있던 도로 고르기용 중장비인 2t짜리 롤러를 훔친 혐의로 權모(43.고물상)씨 등 2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에 따라 건설 현장마다 자재 절도를 막기 위해 자구책을 세우고 있다. 대구의 아파트 건설업체인 H산업은 중요한 장비와 자재가 있는 현장에 폐쇄회로 TV를 설치하고 2명이던 경비인력을 4명으로 늘렸다.

◇고철값 고공 행진=업계에 따르면 철근 소매가는 지난해 말 t당 40만원 선에서 최근 63만~70만원으로, 47만원 하던 H형 빔(t당)도 68만~7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천=홍권삼 기자,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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