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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1>21세기 골프의 수도, 그리고 PGCC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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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26면

미국의 골프 전문 스쿨PGCC
<문제>골프의 수도(首都)는 어디일까.
①스코틀랜드 ②플로리다 ③캘리포니아
많은 사람이 ①번이 정답이라고 외칠 것이다. 스코틀랜드야말로 골프의 발상지 아닌가. ②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게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와 여자프로골프협회(LPGA)는 물론 골프 명예의 전당도 플로리다에 있으니까.

그러나 필자는 ③번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캘리포니아에는 줄잡아 100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다. 대부분의 도시에선 자동차로 10분만 달리면 골프장이 나타난다. 이것뿐인가. 쾌적한 기후 속에 연중 골프를 즐길 수 있다. 허리케인은 먼 나라 이야기이고, 엄동설한에 눈밭에서 사용하는 오렌지색 컬러 볼도 캘리포니아에선 무용지물이다. 1년 365일 가운데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날이 360일을 넘는다. 마음만 먹는다면 365일 골프를 즐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골프장 이용료도 무척 싸다. 그린피가 200달러(약 20만원)를 넘는 골프장도 적지 않지만 15달러(약 1만5000원)만 내면 혼자서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코스가 수두룩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고, 세계랭킹 2위 필 미켈슨이 이곳에 산다. 이 정도면 캘리포니아를 21세기 골프의 수도로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2006년 8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도시 테미큘라. 흰색 단층 건물의 강당엔 정장을 차려입은 46명의 신입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41명의 남학생은 짙은 감색 상의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5명의 여학생 역시 감색 정장 차림이었다. 나이는 10대에서부터 60대까지 제각각. 피부색은 물론 사용하는 언어도 달랐지만 이들이 캘리포니아의 소도시를 찾아온 이유는 단 한 가지, ‘골프’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60대 초반의 팀 서머빌 학장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신입생을 맞았다. “여러분보다 골프를 잘하는 사람은 무척 많다. 태도가 골프 실력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미국의 골프 전문 스쿨인 PGCC (Professional Golfers Career College)의 입학식 광경이다. 이 학교에는 해마다 미국은 물론 한국·스웨덴·스페인·멕시코·일본·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국에서 골프를 배우려는 이들이 몰려든다. 2006년 입학식에는 필자도 끼여 있었다. 이 학교의 공식 언어는 영어지만 PGCC의 학생들은 이에 앞서 ‘골프’라는 언어로 통했다.

PGCC의 모토는 ‘정오까지는 수업, 해질 녘까지는 골프(Class till Noon, Golf till Dusk)’다. 오전에는 골프장 매니지먼트·마케팅·클럽 피팅 등 이론 위주의 교육을 받고, 오후엔 실기 위주의 수업을 한다. 그런데 서머빌 학장이 틈만 나면 강조하는 교훈은 입학식 때도 외쳤던 바로 그 문구다. ‘태도가 (골프)실력만큼이나 중요하다(Attitude is as important as Ability).’ PGCC에서 수학하는 1년 동안 필자가 곱씹은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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