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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언니, 우리 연주에 놀랄 거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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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4일 오후 충북 진천군 문백면 문상초등학교 대강당에서 학생들이 바이올린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7일 세계적 첼리스트 장한나씨와 함께 연주한다.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4일 오후 1시30분쯤 충북 진천군 문백면 문상초등학교. 교정에는 ‘숲 속의 음악가’(독일민요)라는 잔잔한 바이올린 연주가 울려 퍼졌다. 이 학교 2∼6학년 80여 명이 대강당에서 강사 오미아(35)·최미월(35)씨의 지휘에 맞춰 바이올린 연주 연습을 하느라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 학교 학생들은 요즘 설레는 마음을 하루 2시간씩 바이올린 연습으로 다잡고 있다. 7일 세계적 첼리스트 장한나(26·사진)씨가 이 학교를 찾아와 어린이들과 함께 연주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날 장한나 앞에서 ‘주먹 쥐고’(동요)·‘알레그로’(바이올린 연습곡)·‘숲 속의 음악가’‘환희의 송가’(베토벤)를 연주한다. 장씨도 답례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독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문혜선(12·6년)양은 “요즘 한나 언니 앞에서 연주할 생각을 하니 잠이 안 와 밤늦도록 연습을 한다”며 “한나 언니도 우리 연주에 감동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누구보다 바쁜 스케줄을 가진 장씨가 이 학교 어린이들을 만나게 된 것은 도서기증 행사 때문이다. 농어촌을 대상으로 독서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단법인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 학교에 도서 3000여 권을 기증하는 행사에 장한나를 초청한 것. 장씨는 “내가 음악을 할 수 있는 축복을 받은 만큼 사회에 무엇인가 돌려주고 싶어 초청에 응했다”며 “아름다운 음의 파장을 아이들이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교생이 96명인 문상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전교생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학교로 전국에 알려졌다. 평소 인성교육을 강조해온 이 학교는 진천교육청이 지난해 초 2000여만원을 지원하자 바이올린 110대를 구입해 학생들에게 모두 지급했다. 전문강사 2명도 초빙해 매주 월·수·금 방과후 1시간씩 특기적성교육으로 바이올린을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해 10월 진천교육청이 주최한 방과후 학습발표회에서 우수상을 받는 실력을 발휘했다.

시골에서 자녀들에게 마땅한 특기교육을 시켜주지 못했던 학부모들의 호응도 대단했다. 자녀들이 바이올린 연습을 하는 날이면 강사에게 떡·음료수 등 간식을 대접하고, 음악회가 열리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경비로 쓰도록 학교에 전달하기도 했다.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장씨를 초청했다.

이 학교 김수연 교장은 “세계적인 음악가의 방문이 학생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초등학교는 지원받은 도서로 도서관을 새롭게 꾸민 뒤 주민들과 학생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마을도서관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진천=서형식 기자, 서울=김호정 기자 , 진천=프리랜서 김성태

◇장한나=12세에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면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인 로스트로포비치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13세의 장한나와 음반을 녹음해 화제를 모았다. 샤를 뒤트와, 마리스 얀손스, 로린 마젤,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들과 한 무대에 섰다. 미국·유럽·아시아 등에서 1년에 70여 회의 연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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