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미국 경제 사실상 멈춰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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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제통화기금(IMF)이 3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3.7%로 낮췄다. 1월에 4.1%로 전망했다가 석 달도 안 돼 0.4%포인트 내린 것이다. 세계 경제가 그만큼 빨리 가라앉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6% 성장을 내세운 정부는 애를 태우고 있다.

◇한국 경제에 직격탄=IMF는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와 신용위축이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먼 존슨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돼 현재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미국과 세계 경제가 가라앉는데 한국이 좋을 리 없다.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5.6%를 차지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을 제외하면 사상 최고치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에만 매달리는 경제 체질이 여전해 우리 경제는 해외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 때 올 성장 목표를 6% 안팎으로 제시했다. 이는 IMF의 세계 경제 성장 전망(4.1%)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IMF가 전망치를 낮춤에 따라 우리 경제의 6% 성장이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정부는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된 경기 상승세가 올 1분기를 정점으로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핵심 관계자는 “1분기 성장률이 5%대 후반은 될 것이지만 2분기부터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은 물가가 발등의 불이지만 2분기 이후엔 경기가 더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특히 고용 부진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 내수가 살아나지 못한다. 2월에 신규 일자리 창출은 21만 개에 그쳤는데, 정부의 목표치인 35만 개에 턱없이 못 미친다.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하반기다. 규제완화가 본격화하고 세금 감면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기도 활기를 띨 것이란 계산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경기)대응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박진근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금은 오일쇼크 이후 최대의 외부 충격을 맞고 있어 최악의 경우 3% 성장도 힘들 수 있다”며 “물가부터 잡고 내수기반을 차근차근 늘려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상렬·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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