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직무정지] '촛불집회' 뿌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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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 강경 대처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촛불집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화염병.돌멩이 대신 촛불을 들고 나온 데서 이름 붙은 촛불집회는 평화적인 집회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촛불집회가 국민의 뇌리에 각인된 것은 2002년. 경기도 양주군에서 미군의 무한궤도 차량에 여중생 두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한 네티즌이 전국 도심에서의 촛불시위를 제안했고, 이것이 불길처럼 번져갔다. 그해 12월 14일에는 전국 60여개 도시에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횟수를 거듭할수록 촛불집회는 과격성을 띠었고, 그해 12월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여중생 추모행사 뒤 솜방망이와 시너가 발견됐다. 경찰은 2003년 초 "순수 추모행사에서 벗어나 정치 집회로 바뀌고 있다. 당초 취지에서 벗어날 경우 미신고 집회.시위로 간주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원래 촛불집회는 성직자.신도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1970년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등이 시국 미사를 올린 뒤 정권에 항거하는 뜻으로 촛불 행진을 이용했다. 69년 미국에서 벌어진 월남전 반대 '죽음의 행진', 88년 필리핀 민주화 과정에서의 촛불 행진 등이 유명하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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