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앞세운 LG그룹 순익 536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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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거래소 상장사(12월 결산법인)들의 실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3년 만의 실적 호전을 이끈 것은 10대 그룹 계열사들이었다. 전체 평균(15.8%)보다 훨씬 높은 23.6%의 순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 해 전 12%가 줄어 평균(9.6% 감소)을 깎아먹은 것을 톡톡히 설욕했다. 1년 새 순익이 무려 536배로 늘어난 LG가 선봉에 섰다.

◇LG 웃고, 삼성 울고=LG의 깜짝 실적을 주도한 것은 LG디스플레이다. 한 해 전 7693억원의 적자를 냈던 이 회사는 1조344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LG전자도 순익이 4배 넘게 늘었다. 덕분에 LG그룹의 전체 순익은 65억원에서 3조48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대우증권 강윤흠 연구위원은 “그간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력하던 LG가 지난해 성과 중심 경영에 눈을 돌린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LG디스플레이는 과도한 신규 투자를 피했고, LG전자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를 일부 정리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138.7%)·금호아시아나(41.5%) 그룹도 평균을 훌쩍 넘는 순익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재계 순위 1위 삼성은 순익이 4.7% 줄었다.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순익이 4915억원(6.2%)이나 감소한 영향이 컸다. 메리츠증권 이선태 선임연구원은 “지난 한 해 동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85%나 떨어졌다”며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72%에서 절반 수준(37%)으로 뚝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SDI가 893억원 흑자에서 5922억원 적자로 돌아선 것도 그룹 전체 순익에 타격을 주었다.

◇‘차이나 파워’ 실감=조선·해운·화학·기계 등 중국 특수를 누린 업종은 모두 순익이 30% 넘게 늘었다. 조선업계의 대장 격인 현대중공업은 매출이 23.7% 늘었다. 장사는 더 잘했다. 영업이익과 순익이 각각 99.2%와 143.5% 증가했다. 대형 조선사들이 다 그랬다. 대우조선해양(446.9%)·삼성중공업(215%)·현대미포조선(124%) 가운데 순익이 최소 100% 이상 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기계업종의 두산중공업(302.7%)과 운수창고업의 대한해운(244%) 순익 증가도 이에 못지않았다. 신영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소재·산업재 업종이 성장한 것은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의 산업화 혜택을 톡톡히 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조 센터장은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한다 해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며 “위안화 강세와 원화 약세까지 겹쳐 조선업 등 중국 수혜업종은 올해도 전망이 밝다”고 예상했다. 반면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기의 거품이 꺼지면서 수요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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