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격전지] 경북 안동, 여당 프리미엄 vs 안동 김씨 표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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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에선 선거철마다 ‘그래도 표심’이란 말이 떠돈다. ‘그래도 같은 집안 사람을 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역 유권자의 독특한 정서를 빗댄 말이다. 안동 권씨·김씨 등 문중의 영향력이 살아 있는 지역 특성 때문이다.

2일 안동에선 이런 ‘그래도 표심’과 ‘한나라당 프리미엄’의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나라당허용범 후보와 안동 김씨인 무소속 김광림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벌이는 중이다. 이날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선 허 후보가 10%포인트 차이로 앞섰지만, 전날 다른 조사(조선일보-SBS 조사)에선 김 후보가 허 후보를 5%포인트 차이로 따돌리는 등 혼전 양상이다.

허 후보는 이 같은 박빙 추이를 ‘여당 프리미엄’으로 뚫겠다는 전략이다. 그의 선거 전략은 ‘한나라당 안 찍고 어디 찍니껴(찍느냐)’라는 홍보 문구에 담겨 있다. 반면 김 후보에겐 ‘안동 김씨’란 프리미엄이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들은 “안동 김씨를 중심으로 자발적 선거운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지역 민심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지지율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선 캠프 공보특보 출신인 허 후보의 선거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 벽면에는 박 전 대표와 찍은 대형 사진 두 장이 걸려 있다. 지난달 30일 대구 달성에 있는 박 전 대표를 찾아가 찍은 사진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 출마한 친박연대장대진 후보가 10~12%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 변수가 되고 있다.

인수위 비서실 출신인 허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능력을 인정했고 박 전 대표의 사랑을 받는 후보”라고 내세운다. 그러나 “전통 문중의 힘이 살아 있는 안동에선 한나라당의 영향력을 무작정 믿을 수만도 없다”는 게 허 후보 측의 설명이다. 당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불안 요소다. 김 후보는 재경부 차관을 지낸 경력을 내세워 “안동을 살릴 경제 전문가”라며 인물론을 내세운다. 김 후보 측은 “30년간 경제 관련 공직 생활을 하면서 안동 경제의 창구 역할을 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엔 ‘여당 견제론’을 내세운 지역의 재야단체를 중심으로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옥야동 신시장에서 만난 이덕식(56)씨는 “안동 김씨들이 민다 캐도 결국 부동층은 한나라당 허용범한테 넘어갈 낍니더”라고 주장했다. 양말가게를 하는 여외순(49·여)씨는 “차관을 해 본 김광림이 능력이 있는 것 아이니껴”라고 말했다. 식당을 하는 양민수(63)씨도 “조각 결과를 보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실망했다. 당은 안 보고 찍을랍니다”고 말했다.

안동=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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