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못믿을 기상청, 오명 벗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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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빗나간 기상청의 예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질타와 더불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기상청에 대한 불신의 소리가 기상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기상청이 주장하는 예보 정확률 85%는 국민 누구도 믿지 않는 공허한 주장으로 들릴 뿐이다. 여기에 애꿎은 수퍼컴퓨터는 기상청 예보가 틀릴 때마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퍼컴퓨터 대신 청개구리를 갖다 놓아라” 또는“예보관 대신에 노인네를 채용하라”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 기상청은 이런 질책을 하나하나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예보정확률은 하늘 상태, 강수 유무, 바람, 최고기온, 최저기온 등을 망라해 점수로 매겨 결정된다. 가을철에 맑음이라는 예보도, 장마철에 비가 온다는 예보도 모두 정확률에 포함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기에 점수를 주지 않는다. 어느 고등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대한민국이 짜증나는 이유 50가지 가운데 “기상청의 못 믿을 일기예보 정확률 85%”가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기상청은 귀 기울여야 한다. 이제 국민은 변화하는 날씨를 맞혀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그동안 관행이었던 기상청의 예보정확률 계산법을 국민의 시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상요소에 관한 전체 예보를 평가하는 방법에서 매일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는 소위 ‘스타 요소’만을 가지고 평가한다든지, 또는 오늘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은 제외하고 변화되는 것만 가지고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예보정확률은 한참 낮아지겠지만,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고, 적어도 얄밉지는 않게 될 것이다.

수퍼컴퓨터는 단순히 계산능력이 좋은 것일 뿐, 결국 사람이 정확한 정보와 모델을 입력해야 정확한 예보를 얻을 수 있다. 컴퓨터가 빠르면 빠를수록 여러 차례 반복해 예측할 수 있고, 더 상세한 지역까지 계산해볼 수도 있다. 아무리 유능한 예보관이라도 수치예측이 빗나간다면 정확한 예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상청은 오래돼서 맞지 않는다는 1991년 일본에서 도입한 수치예보 모델을 버리고 2009년 말부터는 영국 기상청의 수치예보 모델을 도입한다고 한다. 그럼 그때까지는 국민들에게 참아 달라고 할 것인가. 임시 대안이라도 찾아야 한다. 최신 수치예보 모델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지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을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기상청의 숙제일 것이다.

기상청 예보관들의 역량이 선진국에 비해 못하다고 한다. 이는 미국·유럽이나 일본의 경우와 달리 컴퓨터를 제외하고는 기상 레이더를 비롯한 첨단 장비 하나조차 보유하지 못한 기상 관련 대학의 현실을 볼 때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점점 더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이상 기상 탓에 현재의 예보정확률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인식해 기상청과 대학은 관·학(官·學) 협력을 통해 첨단 장비를 공동 활용하는 등 역량 있는 기상전문가의 양성 방안을 공동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산업 발전에 따라 우리 생활에서 기상정보의 중요도가 더해가고 있다. 기상정보 수요가 확장되는 만큼 빗나간 일기예보에 대한 비난도 같이 커질 것이다. 과거와 달리 태풍 등 재해기상뿐 아니라 출근시간의 적설량 또는 주말의 날씨는 이제 온 국민의 관심사다. 조금 빗나가도 질책이 쏟아진다. 청개구리는 틀려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틀릴 때마다 야단맞는 기상청은 맞을 때마다 칭찬받는 청개구리의 감성적인 예보를 배울 필요가 있다. 현재의 기상정보 공급체계로 다양해지고 심각해지는 기상정보 수요에 대처하기가 부족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기상전문가를 활용하는 체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기상정보를 공급함으로써 닫혀 있는 국민들의 마음부터 열어야 할 것이다.

오재호 부경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