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배구 超스피드 시대-아시아 정상 한국은 "종이호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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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조호르바루(말레이시아)=申東在특파원]세계배구의 조류가 급변하고 있다.좌우에서 대포알같이 쏘아대는 오픈공격에 의존하던 시대가 가고 세터의 빠른 토스가 공격의 성패를 가름하는 시대가 왔다. 이번 제8회 세계남자청소년 배구선수권에 참가한 박용규(朴龍圭)코치는 12일 그리스에 패해 8강진입에 실패한후 『지금보다 이들 주니어가 성인대표팀이 되는 3~4년후가 더 걱정』이라는 말로 한국배구의 위기감을 대신했다.
세터가 초스피드로 띄워올리는 공을 2m대의 장신들이 거침없이쏟아붓는 모습을 보고 한 말이다.장신은 기본이고 여기에 선수들의 스피드까지 필수요소로 떠올랐다는 것이 朴코치의 설명.
이번 대회 가장 두드러진 점은 세터의 토스가 전에 없이 빨라졌다는 점.특히 그리스 쿠네타스,브라질 가르시아등은 볼을 토스한다기보다 뿌려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토스가 고속화됐고 또한 정확했다.
한국이 상대공격에 속수무책이었던 것은 센터진의 발이 공의 방향을 쫓지 못해 노마크 찬스를 너무 많이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한국배구는 이같은 세계조류에 뒤진채 아시아에서만 호령하던 「종이호랑이」였던 셈이다.
한마디로 한국배구는 시니어팀이 행운의 조배정으로 월드리그 6강에 오르고,주니어팀이 수년째 아시아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세계수준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한국을 8강문턱에서 밀어낸 그리스는 불과 2년전인 지난 93년대회에서 한국에 3-0으로 셧아웃당한바 있는 약체.
그러나 그리스는 물론 스페인.핀란드.폴란드.베네수엘라등은 장신에다 동양선수의 전유물인 스피드까지 겸비,막강전력을 구축함으로써 한국선수들의 설땅을 더욱 압박하고 있음을 익히 확인할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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