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경쟁이 소득증가 발목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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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15년간 세계각국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경쟁을 조장해왔다.레이건 前美대통령과 대처 前英총리가 대표적으로 표방한 시장중심의 개혁은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개도국들에서도 하나의 원칙이 되었다.
경쟁을 조장한다고 해서 경제적 발전이 가능하며 사회적 평화가이루어진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그 답은 분명치 않다.경쟁에는 승자만이 아니라 패자도 있다.시장 중심의 개혁은 사회에 새로운위협을 주는 것같다.
완전고용 수준에 가까운 미국의 경우 현재 중간소득 계층의 소득은 지난 73년 수준을 조금 웃도는 데 불과하다.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 잘 사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자본주의적인 모델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중간소득계층 가정의 실질소득은 왜 정체되었는가.우선 지난 20년간 생산성증가가 둔화되었기 때문이다.1인당 생산증가율은 50~73년사이 2.2%에서 74년이후 20년간은 0.8%로 낮아졌다. 그러나 소득 증가 둔화의 보다 주요한 이유는 경쟁때문이다. 경쟁을 조장하는 힘은 적어도 다섯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제무역.규제완화.리스트럭처링.정보와 이민등이 그것이다.경쟁이격화되면서 기업들은 실적을 올려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고 국가와 산업의 경계를 넘어 최선의 모델을 찾으려 한다.이 런 요인들은 중산층에게 피해를 준다.
첫째 국제무역은 경쟁을 격화시킨 가장 좋은 예다.다자간 협상,관세인하,질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아시아 개도국들의 등장으로 인해 기업간 경쟁이 심해졌다.舊소련.중국.인도등 2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세계 무역에 새로 참여했다.부국(富國 )의 저숙련근로자 임금이 인하된 것은 이 때문이다.
둘째 규제완화는 美항공산업등에서 볼 수있는 바와 같이 경쟁을촉진했다.
셋째 컴퓨터와 정보화 기술로 인해 중간관리자들은 남아돌게 되고 비서는 팩스와 음성메일등으로 대체됐다.
넷째 정보화로 더 개방화 된 세계에서 기업들은 더 나은 경영방법을 찾게 되고 그런 모델을 빨리 채택하든가 아니면 파산하든가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경쟁격화의 마지막 요인으로 이민을 들 수 있다.예컨대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이고는 멕시코출신의 이민자들로 인해 임금상승이 정체되고 있다.
경쟁은 생산비용을 줄여 소비자는 상품을 더 싸게 살 수 있게된 반면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임금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직업의 안정성이 미국에서 가장 시급한 1순위 문제가 되었다.
이런 문제는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멕시코는 국영기업 민영화를 추진,공공분야를 줄였으나 이를 대체할 만한 민간분야의 일자리는 증가하지 않았다.舊소련 기업들은 인력이 넘치고있다.유럽에서는 당분간 사회복지제도가 중간 계층 을 보호할 것이지만 오래갈 것이란 보장은 없다.
슘페터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따라서 최근 변화는 과도기적 상황이며 앞으로는 호전될것이란 희망은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앞으로 격렬한 경쟁에 직면할 것이다.문제는근로자들로 하여금 리스트럭처링 다음 단계를 대비시키는 일이다.
즉 교육수준이 높고 열심히 일하는 아시아 근로자들의 도전에 선진국 근로자들은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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