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正日부각 책발간 잇따라-한국"지하"서입수 재발행 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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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일(金正日)의 권력승계 절차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그가 대남(對南)사업의 총지휘자라는 주장을 담은 출판물이 북한에서 잇따라 발간되고 있다.
이 출판물들이 김정일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는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면밀한 계산에 따른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93년1월 노동당출판사가 발행한 『김정일선집』제2권은 지난 72년의 7.4공동성명 발표직후에 김정일이 당중앙위 책임간부들앞에서 발표했다는 담화를 싣고 있다.
「조국통일 3대원칙을 관철하기 위하여 견결히 투쟁하자」(7월14일)라는 제목의 이 담화는 94년2월 별도의 소책자로 다시발간되기도 했다.
이 담화는 남측이 『7.4공동성명 발표이후 그 기본정신과 내용에 배치되는 발언과 행동을 일삼는다』는 비판으로 시작된다.승공통일론을 비난하고 주한미군철수.국가보안법철폐등을 주장했다.
이 담화의 공개는 김정일이 72년부터 대남사업에 간여하기 시작했다는 선전을 위한 조치다.
94년8월말에는 평양출판사가 『김정일지도자』제3부를 발간했는데 한국의 「지하간행물」을 입수,북에서 재발행한 것처럼 위장한책이다.그러나 그 내용은 어디로 보나 김정일의 「공식전기」적인성격으로 가득차 있다.
이 책은 여러곳에서 김정일이 대남사업을 지도했다는 주장을 편다.즉 84년9월의 수재민구호물자 제공,85년9월의 고향방문단및 예술단 교환방문,88년11월의 평화보장 4원칙과 포괄적 평화방안 제의,90년5월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군축제안에 이어남북고위급회담까지도 김정일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뿐아니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도 북측대표단이 김정일의 뜻에 따라 노력한 결과라고 주장한다.대남사업의 중요한 부분을 김정일이 직접 지휘했다는 것이다.그밖에 김정일이 범민족대회나 문익환.임수경씨의 방북에도 간여한 것으로 돼있다.
금년 2월에는 『민족의 운명과 김정일령도자』라는 정체불명의 소책자가 평양출판사에 의해 발간됐다.한국에서 94년10월에 출판된 것을 재발행한 것처럼 위장돼 있다.그러나 한국에서 이 책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북한의 「유령출판」방식 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민족사적 정통성의 체현자」「민족운명 개척의 선지자」「민족통일의 구성(救星)」등 목차에서 알수 있듯이 김정일을 극찬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북한주민들은 이같은 노동당의 선전술에 속아 마치 한국에서 이같은 책자가 발행된 것으로 생각하고 김정일이 통일분야에서도 높은 업적을 쌓은 것으로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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