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崔씨의 기적" 또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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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기 사람 있어요』-.이것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1일째인어제 오전 6시10분에 사고현장의 콘크리트와 철근 잔해더미 밑에서 울려나온 산사람의 목소리였다.최명석(崔明錫)씨는「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을 증명해 보 인 우리들의 새로 태어난 희망의 청년이다.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지금까지 확인된 숫자만 해도 1백50명이 넘어섰다.이제는 시체를발굴해내는 일만 남은 것이라고 여길 만큼 더이상 생존자구조는 거의 희망이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 던 때에 그는 살아나온 것이다. 그가 있던 곳은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 갈 수 있는 암흑 속의 폐쇄된 공간이었다.기적적으로 그는 다친데가 별로 없었다.이 다행을 인간승리로 끝까지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이 젊은이의 불굴의 의지와 인내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무너진 건물의 잔해더미에 깔린 2백30시간의 밀폐된 암흑공간 속의 갈증과 배고픔,요란한 중장비의 굉음,가까이서 숨막히게 엄습해왔었을 함께있던 희생자들의 시체 썩는 냄새,그는 이 공포와 절망을 이긴 것이다. 이번 사고로 억울하게 삶을 잃은 많은 분들에 대한 우리 모두의 슬픔은 넘치고 있다.거기에는 분노와 회한도 따르고 있다. 최명석씨 한 사람의 구조가 이 모든 불행을 상쇄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것은 양적(量的)이라기보다 철저히 질적(質的)이라는 사실을 최명석씨가 살아서 그 폐허로부터 돌아올 수 있었다는데서 우리는 새삼 발견하게 된다.최명석씨가 이룩한 하나의 기적마저 없었더라면 이번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에게 삼풍백화점사고는 솟아날 구멍없는 철저한 암흑덩어리의 국민정서적 절망으로서만 남을 뻔했다.
지금부터라도 구조작업은 혹시라도 제2,제3의 최명석씨가 살아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와 희망 속에 다시한번 더 총력을 모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우리는 최명석씨를 구조해낸 김명완(金明完).김만선(金萬善)구조대원과 그의 동료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보낸다.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애타하는 분들도 이들 구조대원이 벌이는 구조작업에 다시 한줄기 희망을 걸고 이 희망이현실의 기적으로 보답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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