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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낮춘' 檢 "정치관련 수사 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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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검찰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이후 몸을 낮추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관계자는 14일 "최근 지검 내 사건 인지(認知) 부서에서는 이달 말까지 수사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탄핵안 통과 이후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검찰이 盧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야당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우선 검찰은 그동안 한나라당 등 야권으로부터 검찰의 대선수사가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줄기차게 받아온 게 사실이다. 게다가 盧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에게 인사 청탁 명목으로 3000만원을 전달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칫 지난 2월 초 검찰 수사를 받다가 부산구치소에서 자살한 고(故)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경우처럼 강압수사 논란에 휩싸일 수 있었다.

또 대선자금 수사를 비롯해 검찰의 사정 작업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검찰 주변 인사들의 지적이다. 서울 중앙지검의 간부는 "탄핵안 통과가 검찰의 통상적인 업무와 큰 관련은 없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에 대한 수사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총선 전 정치인에 대한 수사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자금 수사를 받아 온 대기업의 한 임원은 "대검 중수부장이 대선자금을 강력하게 수사한 것도 盧대통령이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 아니냐"며 "탄핵안이 가결된 만큼 앞으로 대검 수사는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자살 사건의 재발 가능성도 검찰의 수사 위축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검 고위 간부는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제일 무서웠던 게 조사받던 피의자들이 갑자기 자살 위협을 할 때"라며 "대기업 임원들이 '이 자리에서 죽어버리겠다''집에 유서를 써 놓고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초연하겠다는 입장이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지난 12일 "현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맡은 임무에 충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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