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총수 佛선 공직자출신 英은 기업가 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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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럽의 대륙과 섬 문화를 대표해온 프랑스와 영국은 유명 거대기업을 이끌어가는 총수들의 성분도 문화만큼 큰 차별성을 두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국립과학연구소(CNRS)가 5일 프랑스와 영국 두 나라의 2백대 기업회장들의 출신성분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는 공직자 출신이 대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 영국에서는 기업출신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에서는 대부분(47%)이 국가의 고위공직자 출신이며 순수한 기업가 출신은 21%에 불과했으나 영국은 기업출신(36%)이 월등히 앞서는 대조적인 양상이었다.프랑스는 고위공무원을 양성하는 국립행정학교(ENA)와 폴리테크니크등 「 그랑 제콜」이라고 불리는 특수 영재대학 출신들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철저한 엘리트 위주의 폐쇄성이 뚜렷했다.
프랑스에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거나 그랑 제콜을 나오지 않고 기업회장이 된 예는 각각 20%와 4%에 불과해 그랑 제콜은 명실상부한 출세의 관문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영국에서도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같은 명문대학 출신들이 3분의1가량을 차지했지만 일반 대학 출신도 28%나 돼 5%에 그친프랑스보다 대학 학벌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이튼.킹스 컬리지등 20여개에 이르는 퍼블릭 스쿨 출신들(36%)이 기업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대학 학벌이 없는 독학의 경우도 37%나 됐다.
영국에서는 행정부에 몸담았던 관료가 기업 총수로 가는 경우(5%)가 극히 드물었으며 퍼블릭 스쿨에서 대학을 거쳐 직접 기업체로 들어가 총수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양국 기업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점은 똑같이 기업 내부에서 회장을 직접 배출하기보다 기업 외부에서 영입하는 경우가 훨씬 보편적이었다.프랑스는 자체 승진으로 총수 자리에 오른 경우가 4%에 불과했으며 영국도 프랑스보다는 높았으나 15 %라는 비교적 낮은 비율에 그쳤다.또 창업자나 후계자가 기업총수로 있는 예는 프랑스와 영국 모두 합쳐 각각 30%와 10%에 머물러 시대변화에 맞춰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추세임을 반영했다.이 보고서는 영국이 기업총수에 오르는데 더 개방된데 반해 프랑스는 그랑 제콜이라는 출세보증서가 없으면 가망이 없는 폐쇄집단임을 입증한다고 결론내렸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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