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Life] 인공관절 수술 ‘통증이여 안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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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수술후 통증은 불가피한 것일까. 의료계에서조차 통증은 치료과정 중에 하나로 인식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많이 달라졌다. 통증은 줄일 수록 좋을 뿐만 아니라 재활이나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척추나 인공관절대체술은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대표적인 수술. 척추 마취나 경막외 마취가 대중화되기 전인 10년 전까지만 해도 환자들은 수술 후 칼로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하며 병상에서 신음해야 했다.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센터 김용찬 원장은 “이런 통증을 경험한 사람들 때문에 인공관절 수술은 가장 고통스러운 수술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수술 기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술 통증을 줄여주는 기법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술이 무통조절 주사로 불리는 경막외 마취.

제일정형외과 문수현 진료원장은 “경막은 척추신경을 싸고 있는 막으로 수술후 이 부위에 미량의 마취제와 소염진통제를 계속 흘려넣어 통증을 제어한다”고 말했다. 보통 가장 통증이 심한 2∼3일에서 퇴원하기 전인 1주일까지도 사용한다.

요즘에는 혈관을 통해 진통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이 기존의 무통조절 주사를 대체하고 있다. 정맥을 통해 적은 양의 진통제와 소염진통제를 주입하는 방법이다. 먹는 약보다 훨씬 적은 농도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고, 환자에게 주입되는 수액제에 포함돼 있어 환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문 원장의 설명.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간 것이 수술 도중 해당 부위에 통증 억제 물질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생리식염수에 미량의 국소 마취제와 진통제를 혼합해 피부를 봉합하기 전 관절막이나 인대에 주입한다.

수술 후 통증이 극심한 것은 수술로 인해 관절막과 인대 등에 분포된 신경세포의 감각수용체가 예민해지기 때문. 따라서 수술 중에 해당 부위에 약을 주입해 아예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한다는 원리다.

이는 수술 후 진통제 사용량에서 효과가 입증된다. 연세사랑병원이 수술 도중 통증 억제 약물을 주입한 150명의 환자와 그렇지 않은 대조군 150명을 비교한 결과, 후자에서 진통제 사용량이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통조절 주사로도 통증이 제어되지 않는 ‘수술후 24시간’을 고통 없이 지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원장은 “수술 도중에 진통제를 투입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보편화된 시술법”이라며 “적은 양으로 진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자의 재활을 도와 사회 복귀가 빨라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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