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직후 핸드폰 받았다-실종자가족들 애타는 구조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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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고직후 동생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핸드폰 전화를 받았어요.아직도 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돕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가 발생한지 1주일째 접어든 5일.
갈수록 희박해지는 생존 가능성 때문에 각종 중장비가 투입된 시체발굴작업이 시작됐지만 매몰된 일부 실종자들이 사고 직후 휴대폰.삐삐등으로 생존 사실을 가족에게 알려왔던 것으로 밝혀져 가족들이 더욱 애를 태우고 있다.
「사지(死地)로부터의 연락」을 받은 가족들은 『분명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니냐』며 대책본부측에 매달리고 있다.
삼풍백화점 3층 의류매장 근무중 실종된 金상경(25.여.서울동작구사당3동)씨의 언니 金상미(30)씨는 사고당일 오후11시30분쯤 金씨로부터 세차례 핸드폰으로 추정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여보세요.아저씨,전화가…안돼요.』 가족들이 목이 터져라『상경아 상경아』를 외쳤지만 상경씨는 옆사람에게 전화가 안된다는 얘기를 하다 전화가 끊겼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수영복을 사러갔다 실종된 石예지(26.여.영어학원 강사)씨 가족은 30일 오후 익명의 구조대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구조대원은『무너진 벽 저쪽에 있는 石씨가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얘기하며 가족에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달라고 했다』며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石씨 가족은 곧 구출될 것으로 믿었지만 5일이 지나도록 구조가 안되자 집으로 전화를 한 구조대원을 애타게 찾고있다.
사고당일 오후 8시7분 삼풍백화점 3층 의류매장에 근무하던 부인 여성자(呂成子.26)씨로부터 부부만의 암호인「1004(천사)」라는 호출기 연락을 받은 정우택(鄭雨澤.32)씨도『사고당시 죽지 않고 삐삐를 쳤을 정도니 분명 아내는 살 아있다』며 현장 주변을 미친듯 뒤지고 있다.
〈李炯敎.表載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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