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살롱>趙淳 서울시장부인 김남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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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마침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큰 사고가 생겨 유족들은 물론 전체 시민들에게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선생님(趙淳 시장을 여전히 그렇게 부른다)이 노심초사(勞心焦思)하시는걸 옆에서 보기도딱하고요.저는 시청 상황실에 들러 수고하는 여러 분들에게 간식을 갖다 나르는 일 밖에 하는게 없어요.』 민선서울시장이 된 조순 시장 부인 김남희(金南熙.64)여사는 집안 살림만 해온 터라 달리 하는 일이 없다지만 요즘 들어 주름살이 좀 더 깊게파인 듯하다.취임식이 있던 지난 1일에도 불의의 사고로 인한 희생자를 최소화하느라 내외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으니 정황을 짐작할 만도 하다.이제껏 받기만 했으니 국가와 사회를 위해한번 경륜을 펼쳐보이고야 말겠다는 남편의 뜻에 따라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선거 기간에 고아원.양로원.탁아소.사회복지관등을 돌면서 난생 처음 바깥 활동을 해봤다는 金여사지만 시장 부인으로서의 각오는 의외로 단단하다.
『경제 문제를 비롯한 여러 정책적 사항은 선생님과 여러 전문가들이 여론을 바탕으로 잘 처리해 나가겠지요.그렇지만 시장 부인으로서 할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작정이에요.시민들이 크게기대하고 있고 선생님도 필생의 뜻을 펴는 기회를 만났으니 저도열심히 하는게 당연한 일 아닙니까.』 1m53㎝안팍의 단아한 체구의 순박한 동네 할머니같은 인상과는 달리 金여사는 노약자.
장애인.불우 여성 등 어렵고 그늘진 계층을 돕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가 이런 마음을 먹은 것은 선거 운동기간 하루 5~6군데 노약자 시설을 다니면서 느낀 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남편이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고 믿는 한편 집안 일은 절대 걱정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하는 것을 이때까지의 내조 원칙으 로 삼아온 그는 시장 부인으로서의 활동도 방법만 다를뿐 근본은 같다고 믿고 있다.
『선생님의 입장이 교수나 공무원을 하던 지금까지와는 달라졌잖아요.저도 이에 맞춰 도와드리는게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해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요란스럽지 않고 조용하게 조언자의 역할을 해야죠.』 趙시장은 요즘 자정이 넘어서 집에 돌아와 새벽5시면 다시 집을 나서는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타고난 건강과 등산으로 다져진 체력으로 끄떡 없다고 전한 金여사는 요즘도 50여평 남짓한 집 앞 텃밭에 직접 가꿔온 상추며 고추.가지 등 푸성귀를캐 식탁을 준비하곤 한다.강릉에서 태어나 17세 되던 해인 48년 조순 시장과 결혼한 金여사는 국민학교 졸업이 정규 학력의전부지만 전통 유학 교육을 받고 자라 한문과 서예 실력은 수준급이다. 슬하에 기송(淇松.46.LG 전자 기획 및 해외투자담당 상무).준(駿.42.소아과 의사).건(建.39.사업).승주(承柱.31.포항공대 박사과정)등 4형제와 손자 다섯을 두고 있다. 〈金明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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