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진보진영이여, ‘주장’하지말고 ‘입증’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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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성찰하는 진보
조국 지음,
지성사,
288쪽, 1만3000원

“아직도 범진보 진영은 ‘민주 대 반민주’ 또는 ‘민족 대 반민족’이라는 낡은 구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중의 상태와 감각에 무지한 채 낡은 축음기로 흘러간 옛 노래 음반을 돌리고 있는 진보는 ‘수구·무능좌파’라는 욕을 들어 마땅하다.”

진보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진보의 과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보수의 시대’가 열렸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진보의 과잉’이 아닌 ‘진보의 과소’로 고통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안 있는 진보, 능력 있는 진보로 대중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진보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도 있다.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문제가 없다거나 북한 핵을 ‘민족의 자산’이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진보정당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앞으로 5년간 와신상담하며 비전과 정책을 혁신하지 않는다면 5년 뒤에는 단지 진보진영의 패배가 아니라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은이는 1993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도왔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돼 5개월여 옥고를 치렀다. 당시 국제앰네스티에서 양심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후 그는 미국으로 유학,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로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단에 있으면서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국가인권위에서 꾸준히 시민·인권운동에 참여해왔다.

이 책은 조 교수가 2000년 이후 신문 등에 기고한 글을 현 시점에 맞게 수정·보완한 것이다. 정치·법률은 물론 경제·인권·여성·대학개혁 등 다양한 분야를 건드린다. 진정한 진보가 되기 위해선 항상 자신의 비전·정책·한계 등을 성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실 자기 성찰은 보수·진보의 구분을 떠난 문제다.

책 말미의 결론은 이렇다. “세상은 구호나 설교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성찰과 설득으로 바뀐다. 자신의 이념과 정책의 올바름은 ‘주장’하는 게 아니라 ‘입증’돼야 한다.” 요즘 유행어를 빌리면 ‘실용적 진보’쯤 될까.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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