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자원봉사-용접공 李圭和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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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교통사고로 다친 허리가 끊어질듯 아팠지만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신음과 구조요청에 쉴새없이 용접봉을 잡았습니다.』 두달째서울서초구서초동 안병훈정형외과에 입원중이던 용접공 이규화(李圭和.24.서울서초구방배동)씨는 붕괴소식을 듣고 달려가 9시간여에 걸친 구조작업 끝에 2명을 구했다.
李씨는 29일 오후11시30분쯤『용접공이 부족해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TV뉴스를 듣고 사고현장으로 향했다.
李씨는 시민 10여명과 함께 네시간여동안 용접봉으로 엉킨 철근을 절단하고 특수톱으로 콘크리트를 자르며 지하로 10여m쯤 내려갔다.애타게 『살려달라』고 외치는 한 아주머니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머니는 콘크리트더미에 둘러싸여 갇혀있었고 그 옆으로 딸로 보이는 여학생이 다리를 콘크리트더미에 깔린채 신음하고있었다. 기둥을 건드릴 경우 쌓여있는 콘크리트더미가 무너질 위험이 있었으나 어떻게든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둥 주위를 파헤치기 시작했다.30일 오전8시쯤 기둥아래에 도착해 아주머니와여학생 주위의 콘크리트를 톱과 용접봉으로 절단했다.
그러나 허리통증을 참던 李씨는 뒤이어 도착한 구조대에 남은 일을 맡기고 밖으로 나와 쓰러져 30일 오전9시쯤 병원에 옮겨졌다. 李씨는『이미 온몸이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된데다 허리통증이 심해져 고통스러웠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힘이 솟았다』고 말했다.
〈姜甲生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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