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동갑이에요.그리고 이제 노벨상은 포기할래요.』 민우는 피식웃었다.잘 생각한 거다.인생이 얼마나 소중한데 쓸데없는 욕심에사로잡혀 시간을 허비한단 말인가.놀기에도 시간은 부족한데….
『정신과 의사가 제게 왜 필요했는지 아세요?』 『글쎄 정신과의사들 같이 좀스럽고 무식한 사람들이 뭐 쓸모가 있다고.』 『시행착오를 줄이려구요.글을 읽다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거든요.기껏 묘사를 하고 인간을 그린다는 것이 심리학 이론 하나 깨우친것에 불과한 것도 많아요.왜 한때 유행처럼 나돌았던 근친상간에대한 얘기도 프로이트가 이미 오래 전에 심 리학 이론으로 구축해 놓았던 거 잖아요.형제간 경쟁,열등감,적개심,의존심 등도 그러하죠.그 때 작가가 받는 허탈감을 아세요?』 『그런 점에서는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지.인간의 심리를 추구하는 한에서는….』 『그래서 정신과 의사 도움을 받으면 그런 심리학적인 지식을 점프해 그 다음 단계의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정신과 의사 애인을 구하러 다녔던 거예요.왜 외국의 어떤 여류 작가는 오로지 글을 쓰려고 정신과 의사가 됐다고 하잖아 요.저는그 절박한 심정이 이해가 가요.글쓰다 오죽 열받았으면 그랬겠어요.』 『나라면 차라리 동화를 쓰겠다.정신과 의사가 되려면 얼마나 쓸데 없는 고생을 많이 해야 하는데….』 『동화요?』 채영이 놀라 물었다.동화 써서 노벨상 받은 사람 있나! 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화 속에는 정신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들어있어… 하지만동화는 아무리 심리학 지식이 많다고 해서 쓰여지진 않을 거야.
영혼이 맑아야지.』 『어떻게 동화 속에 정신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들어있어요.』 『정신과의 어떤 학파에선 동화 분석이라는것을 하지.동화 속에 인간 정신 구조나 핵심적인 요소들이 들어있다고…집단무의식의 원형상이 들어있다나…그래서 훌륭한 동화는 작가가 쓴 거라고 생각지 않아.신이 인간의 손을 빌려 쓴거지.
그러니 가장 아름다운 정신의 빛을 발하지.얼마전에 개봉해서 세계적으로 히트한 「인어공주」라는 영화 있잖아.감각적으로 훌륭하게 만들었지만 얼마나 맹한 영환줄 알아.줄거리를 원작과는 다르게 해피 엔딩으로 만들어 버려서 신의 빛을 감춰 버렸다 고.당장은 성공했지만 그 영화를 오래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걸…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영원히 기억하겠지만….』 『그럴듯하네요.비록 노벨상은 포기했지만 글은 계속 쓰려고 해요.글을쓰면 계속 쓸수록 우리 정신의 신비함에 탄복할 때가 많아요.마치 당신 말대로 글은 내가 쓰는 게 아니라 신이 쓰는 것같아요…저도 앞으로 동화를 쓸까 봐요.』 『당신은 뭐든지 잘 쓸 수있을 거야.』